개의 역사
서울독립영화제2017 (제43회)
선택장편
김보람 | 2017 | Documentary | Color | DCP | 83min (K, E)
SYNOPSIS
서울의 어느 한적한 마을 공터에 늙은 개 한 마리가 산다.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개는 홀로 새들을 쫓고 햇살 아래 꾸벅꾸벅 졸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카메라는 그 개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사람들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개에게 무관심한 듯 보이면서도 저마다 가지고 있는 기억을 조금씩 꺼내어 놓는 사람들. 이야기 조각들 사이로 그들이 지나온 삶에 대한 단서가 조금씩 드러난다. 카메라는 기억과 현실 사이를 부유하며, 하나의 풍경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DIRECTING INTENTION
도시에서의 삶은 존재를 지운다. 모든 것이 쉽게 떠나고 쉽게 잊힌다. 자연스럽게 소멸하는 것을 이곳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삶에서 벌어지는 오해와 왜곡들은 어쩌면 이러한 단절의 순간에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관계가 사라지고 있는 도시화가 진행된 삶, 그 안에서 공허했던 마음을 백구의 삶을 통해 돌아보고 싶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17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2017 제14회 서울환경영화제 한국환경영화경선 장편대상
2017 제22회 인디포럼
2017 제17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2017 라이프치히 국제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 영화제
2017 제09회 DMZ국제다큐영화제
DIRECTOR

김보람
2013 <결혼전.투>
2014 <독립의 조건>
STAFF
연출 김보람
제작 푸른영상
프로듀서 이유리
촬영 김보람, 조현나, 문정현, 김준호, 최자헌, 고재홍
편집 김보람
음악 최성호
음향 고은하
색보정 이동렬
출연 후암동 주민들, 홍은동 주민들
PROGRAM NOTE
모든 동네에는 늙고 추레한 개가 있다. 대부분 그 개들은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된다. 영화 속에서도 누군가 그렇게 반문한다. 유독 똑똑하거나 하여 관심을 끄는 것도 아닌 저 개를 당신은 왜 찍는가. 별 것 없는 그것을 왜 찍는가 하는 질문이다. 하지만 그런 상투적 질문이 되돌아올수록 이 영화의 정서적 호기심은 더 강렬해진다. 그 정서적 호기심이란 아마도 이런 것이다. 저 개의 별 것 없음을 우린 무엇으로 확신하는가. 아니 그 별 것 없음을 전제 삼아 혹은 구심점 삼아 나와 우리들의 주변을 둘러보면 무언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지 않겠는가. 그러니 이 다큐멘터리 <개의 역사>는 말 그대로 백구라는 이름의 개의 역사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감독이 살고 있는 마을에 관한 호기심 넘치는 지리적 탐구라고 해야 더 옳겠다. 감독은 개에 관하여 탐문하지만 그것을 구실로 마을을 더듬는다. 풍경을 바라보고 그 속을 걸어보고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그들의 표정을 느끼고 그들의 삶을 만져보고 변화하는 것들을 지켜본다. 그러는 동안에는 영화 속 감독의 열네 번째 이사와 열다섯 번째 이사 사이에 걸쳐 있는 자신 내면의 풍경도 느껴진다. <개의 역사>는 불규칙해서 유연하고 소란스럽지 않으면서도 강력하고 강력하면서도 자유롭다. 개 한 마리로 작은 세상 하나를 어루만져 볼 수 있다는 걸 이 영화가 입증해 낸다.
정한석 / 서울독립영화제2017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