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마루
서울독립영화제2004 (제30회)
독립장편특별전
김진성 | 2004 | Fiction | DV | Color | 83min
SYNOPSIS
네티즌에게 가장 권위를 인정 받고있는 무술싸이트 ‘무림지존’에 어느날 글 하나가 뜬다. 그리고 싸이트는 즉각 발칵 뒤집어지고 네티즌들은 흥분하며 술렁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모든 네티즌들이 고대하던 ‘거칠마루’(ID)가 결투 신청을 받아들이며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내보이겠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그는 싸이트가 생긴 이래 거의 신화적인 존재로 해박한 무술지식과 무술인으로서의 고매한 인격으로 네티즌의 전폭적인 존경을 받아온 전설의 지존이었고, 사람들은 그만큼이나 그의 글이 아닌 실제 무공과 얼굴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한편 그간 그는 자칭 고수라고 자처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주 공개 결투 신청을 받아왔지만 무술가의 길이 아니라며 번번히 사양해 왔었다. 드디어는 사람들이 그가 글로서만 고수이고 실제로는 약골인 허구의 무술가가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기 시작했고 결국 공개적으로 자신을 공개하겠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며칠후 선택된 여덟명의 맞짱 지원자들의 모습이 설악산 산속에 속속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DIRECTING INTENTION
모니터 앞에서 인터넷으로 세계와 쉽게 교통하는 첨단 테크놀러지의 시대인 요즘도 몸으로 정직하게 버티는 무술가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무림의 세계는 왕성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럼 현대에는 무림과 무협의 세계는 어떤 형태로 존재할까. 또 다른 형태로 적응하고 활동하며 그들의 비기를 전수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런 질문과 상상에서 이 영화는 시작했다.
와이어나 그래픽이 없는 실전 그대로의 무술연기를 실현하기 위해 추운 겨울날 산에서 수고한, 무술 유단자들이였지만 연기는 모두 처음인 연기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DIRECTOR

김진성
STAFF
연 출 김진성
제 작 김진성
촬 영 최영민
편 집 이민재
각 본 변원미
무술감독 장필운
조감독 김형두
녹 음 정광호
음 악 김동욱, 문희영
미 술 김준
분 장 박선지
출 연 권민기, 김진명, 성홍일, 오미정, 유양래, 유지훈, 장필운, 최진용
PROGRAM NOTE
<부처를 닮은 남자>(1995), <어디갔다왔니?>(1998)와 같은 단편영화를 통해 주목받았던 김진성 감독은 2002년 장편상업영화 <서프라이즈>를 만든 후, 현대적인 정통 무협물 <거칠마루>로 다시 독립영화계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모인 무인들이 최고의 무림고수를 만나기 위해 ‘거칠마루’라는 미지의 인물이 제시한 시험을 통과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제 액션영화에서는 보편적인 기술이 되어버린 특수효과나 와이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실제 무술인들이 등장해 우슈, 택견, 권투, 유도 등 전통적인 무예를 아크로바틱하게 선보이는 장면은 상당히 경쾌하며 생생하게 다가온다. 인터넷을 통해 모인 8명의 무인들은 강호의 고수를 만나기 위해 떠도는 무협영화의 영웅들을 떠오르게 만든다. 여기서 강호는 인터넷이며, ID는 전설처럼 떠돌던 고수들의 이름이 된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나레이션은 이들이 펼치는 숙명적인 대결을 예고하면서 그들의 대결을 인생에 비유한다. 상대방의 실력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익명의 공간인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들이 실제로 부딪혔을 때 생겨나는 미묘한 긴장을 영화는 잘 유지하면서 그런 익명성 속에 살아남아야 하는 인생의 역설을 설명한다. 인생은 무술인들의 대결처럼 정정당당하고 숭고한 시험이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부딪히는 격전장인 것이다. 액션이 역동적인 반면 차분히 흐르는 나레이션은 이들의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게 만들며, 또한 인생의 풍파와 묘미를 관조적으로 지켜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