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갈

서울독립영화제2008 (제34회)

장편경쟁

김곡 | 2008ⅠFictionⅠColorⅠHDⅠ128min | 대상

SYNOPSIS

심연이 다가온다.

DIRECTING INTENTION

공허, 앰비언스, 수퍼8mm. 소멸에 대한 형이상학적 다큐멘터리

FESTIVAL & AWARDS

2008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김곡

김곡


2001 < 반변증법 >
2002 < 시간의식 > 
2003 < 자본당선언: 만국의 노동자여,축적하라! >
2003 < 정당정치의 원리 >
2004 < 빛과 계급 >
2006 < 뇌절개술 >
2006 < 정당정치의 역습 >
2006 < Bomb Bomb Bomb: 인권영화프로젝트 >
2007 < 임계밀도 >
2007 < 자살변주 >

STAFF

연출 김곡
제작 김곡 김선
각본 김곡
촬영 권상준
편집 김곡 김선
음향 홍철기
출연 장리우, 박지환, 오근영

PROGRAM NOTE

이 영화에서 영화 제목 그대로 오로지 고갈의 이미지만 본다면 그건 정말 순진하다. 물론 영화는 포주와 창녀라는 권력관계로 알레고리화된 자본주의 착취시스템의 폭력성과 불모성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공장의 굴뚝과 연기, 타워 크레인, 철조망의 이미지로 겹겹이 둘러싸인 이곳에서 섹스와 돈으로 매개되는 사람들의 관계. 이곳은 쾌락의 비명이 구토 소리와 구분되지 않고 출산은 죽음으로 이어지는 세계이다. 야생 동물 같던 그녀가 포획되어 깨끗하게 다듬어진 상품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은 일종의 길들임의 과정이다. 자신의 육체노동에 기생하는 포주로부터 탈주를 꿈꾸면서도 그가 던져주는 싸구려 음식에 길들여진 그녀는 제 발로 다시 포주를 찾아온다. 그렇게 자신의 본성을 잃고 포주의 휘슬에 맞춰 춤추는 마리오네트가 되어가는 것은 자본주의 신민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러나 이쯤에서 다시 한 번 묻자. 당신은 정말 이 영화에서 오직 고갈의 이미지만을 보았는가? 죽은 아기를 안고 사력을 다해 철조망을 넘어가 발악하듯이 비명을 질러대는 그녀의 처절한 모습에서, 이 기묘한 권력관계에서 자신의 유일한 가치인 유방과 질을 스스로 훼손하고 절단하는 그녀의 행위에서 이 시스템에 의해 고갈되는 인간의 전율할 만한 저항과 탈주의 에너지가 느껴지지는 않는가? 그 에너지를 느끼고 쾌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면 그건 전적으로 나의 변태스런 영화적 취향 때문일까?

맹수진/서울독립영화제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