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가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서울독립영화제2013 (제39회)
해외초청
왕 빙 | Hong Kong China, France, Japan | 2013 | Documentary | Color | DCP | 227min
SYNOPSIS
50명의 남자들이 격리된 병원 한 층에 구금되어 있다. 바깥세상은커녕 의료진조차 거의 접촉하지 못한다. 갇힌 이유는 다양하다. 정신질환이 있거나, 사람을 죽였거나, 혹은 공무원을 화나게 했거나. 감금된 이들은 철조망이 쳐진 복도를 걸으며, 온기와 위안을 찾으며, 서로의 공허한 삶을 나눈다.
DIRECTING INTENTION
2003년 가을, 베이징 근교의 정신병원에 우연히 가게 됐다. 밖에는 아무도 없고, 빈 건물처럼 보였다. 혼자 안으로 걸어 들어갔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모든 문과 창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벽들은 무너지고 얼룩덜룩했다. 그 이상함에 끌려들었다. 갑자기 닫힌 문 뒤에서 한 무리의 남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청백의 가운을 입고 있었다. 간호사가 다가와 그들은 이곳의 환자라며, 10년에서 20년씩 살고 있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그들에게서 강렬한 느낌을 받아 영화를 찍고 싶었다. 하지만 촬영이 허가되지 않았다. 2009년 그 병원에 다시 갔다. 내가 봤던 환자들 중 몇몇이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그래서 중국의 정신병원 안에 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계속 생각했다. 2012년 새로운 병원에 갔고, 이번에는 카메라를 들고 들어갈 수 있게 허락을 받았다. 이 병원에는 아무런 자유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쇠창살로 막힌 폐쇄된 공간에 갇혀 새로운 세계와 그들만의 자유를 창조해 낸다. 전등불 아래 이들의 몸은 사랑을 갈구하는 무리 같다. 이 영화는 이들이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순간 그들에게 다가간다. 반복되는 그들의 일상은 시간의 존재를 증폭시킨다. 그리고 시간이 멈출 때, 삶이 드러난다.
FESTIVAL & AWARDS
2013 베니스국제영화제
2013 토론토국제영화제
DIRECTOR

왕 빙
1999~2003 < West of the Tracks >
STAFF
연출 WANG Bing
제작 Louise PRINCE, WANG Bing
촬영 WANG Bing, LIU Xianhui
편집 Adam KERBY, WANG Bing
음향 ZHANG Mu
PROGRAM NOTE
가려진 민중의 현실을 ‘목도’하게 하는 왕빙 감독이 이번에는 정신병원을 담았다. 중국 윈난성의 한 정신병원 내부에 들어간 카메라는 20년 이상 감금된 이에서부터 며칠 전에 들어온 이들까지 200여 명의 감금된 환자들을 담아낸다. 이들은 카메라를 향해 말도 걸고, 카메라의 시선을 관심으로 간주하기도 하고, 카메라의 존재를 옆에 있는 다른 동료처럼 무심하게 대하기도 하지만, 카메라는 결코 먼저 이들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그저 이들과 이들의 병동을 관찰할 뿐이다. “왜?”, “무엇 때문에?”라는 물음과 판단을 강요하지 않고 ‘현재’의 모습 그 자체를 관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관찰이 물리적 시간으로 4시간 가까이 되고 보면, 더 이상 수감된 병자들을 타자로 마주하게 되지 않는다. 보는 이들 역시 그들의 공간에 들어서 익혀 갈 수밖에 없게 된다. 장시간의 관찰 다큐멘터리 영화가 가지는 또 다른 힘이랄까. 그렇게 외부와 단절된 병동에서 3시간 동안 이들과 함께 부유하며 그 공간 구석구석을 배회하면서 어쩔 수 없이 어떻게든 익혀갈 즈음, 카메라는 병원 바깥으로 외출 나온 인물을 따라 나간다. 뭔가 불안하고 위태롭다. 그리고 낯설다. <광기가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는 긴 시간 동안 깊은 한숨을 수십 번 쉬게 하지만 결코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치명적인 매혹’을 가진 광기의 영화이다.
이승민/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