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서울독립영화제2004 (제30회)
단편경쟁
곽인호 | 2004 | Animation | Beta | Color | 9min 10sec
SYNOPSIS
땅 바닥에 구멍 하나. 구멍 앞의 사람들 행렬.
그리고 자의든 타의든 차례로 구멍 속으로 빠지는 사람들.
왜 그러는 걸까라고 의문을 가지는 순간 그는 줄에서 떠밀려 행렬의 맨 뒤로 밀려난다. 하지만... 행렬 속 그를 잡는 이상한 모자의 그림자. 반짝이는 것마다 총을 들이대는 강도. 한 무리의 우산 쓴 사람들... 그 속에서 헤매다 꿈을 꾸듯 만난 그녀...
그 순간 여행은 끝나간다.
DIRECTING INTENTION
긴 사람들의 행렬이 있다.
줄을 서기 위한 여행은 인생처럼 몽롱하고 무엇에 홀린 듯 발목 잡는 헛것도 보인다.
정신 없이 달려와 보면 한 순간 환상처럼 뜻하지 않은 사람과 만나게 되지만 그 게 꿈인지 현실인지 결국 다시 그 발목 잡는 악몽에 시달린다. 그리고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면 벌써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다하고 준비할 틈도 없이 무언가에 떠밀려 사라져 버린다.
FESTIVAL & AWARDS
2004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애니메이션 사전 제작지원작
인디포럼2004
DIRECTOR

곽인호
STAFF
연 출/ 제 작 곽인호
음 악/사운드 김태근
PROGRAM NOTE
길게 늘어선 행렬, 사람들은 스스로 혹은 누군가에 밀려 정체를 알 수 없는 구멍 속으로 빠져든다. 이유도 모른 채 구멍 속으로 뛰어드는 사람들, 미처 그 행렬에 끼어들지 못한 남자는 어느 사이엔가 줄의 맨 끝에 서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행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성공이라는 목표 혹은 하나의 종착지를 향해 모두가 정신없이 달려가기만 하는 현대인의 삶도 이런 것이 아닐까? 빠져나갈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기나긴 행렬. 그 속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달려온 우리들이지만 그 앞에 놓여 있는 것은 어쩌면 끝을 알 수 없는 나락과도 같은 ‘구멍’일지도 모른다. 종이 위에 한 장 한 장 그림을 그리는 페이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단순한 듯 하지만 잘 다듬어진 드로잉의 손 맛이 돋보인다. 토속적인 음악을 배경으로 단순한 선과 움직임, 색의 조화가 빚어내는 강렬한 이미지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종교의식 같은 집단 행렬 속에서 이리저리 떠밀리다 끝내 누군가에 떠밀려 구멍 속으로 떨어지는 남자의 모습. 이 속에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무엇이 있는 지도 알지 못한 채 그저 ‘구멍’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사람들. 그 속에서 엿보이는 지금 나의 모습에 왠지 모를 서글픔에 젖게 되는 작품.모은영 서울독립영화제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