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연기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특별초청2

김태용 | 2012 | Fiction | Color | HD | 25min

SYNOPSIS

저 멀리 착륙하는 비행기가 보이는 제주공항의 주차장. 한 남자(철수)가 사슴이 실려 있는 트럭 옆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잠시 후, 한 여자(영희)가 야자나무 사이에서 등장한다. 두 사람은 한 마디 말도 없이 서로를 알아보고는 다가선다.

DIRECTING INTENTION

한 남자가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죽음을 기다린다. 그에겐 아들이 하나 있다. 끝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두 부자는 소통을 하지 못한다. 그때 한 여자가 둘 사이에 들어온다. 죽기 전에 아들의 결혼을 보고 싶다는 아버지에게 약혼자라고 소개하기 위해 아들이 고용한 여자다. 서울에서 온 여자는 기이한 방식으로 그들 사이에서 연기를 시작한다. 그녀의 연기는 그녀가 자리한 장소를 무대로 바꿔 놓고 주변의 사람들을 배우로 만든다. 나는 영화와는 다른 삶 속에서의 연기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했다. 연기는 소통을 가능케 하기 위해 과장되고 연출된 거짓말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나는 허구가 삶의 형식을 만든다고 믿는다. 이 유머러스한 영화의 제목은 ‘그녀의 연기’다.

FESTIVAL & AWARDS

2012 제36회 홍콩국제영화제
2012 제15회 상하이국제영화제
2012 제14회 타이베이영화제
2012 제10회 블라디보스톡태평양자오선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2012 제31회 밴쿠버국제영화제
2012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2012 제56회 런던국제영화제
2012 제10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DIRECTOR
김태용

김태용

1999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2003 <이공: 이 공을 받아줘>
2005 <온 더 로드 2>
2006 <시선1318: 달리는 차은>
2006 <가족의 탄생>
2011 <만추>
STAFF

연출 김태용
제작 백연자
각본 김태용, 김영현
촬영 권상준
편집 성수아
음악 최용각
사운드 장철호
출연 공효진, 박희순

PROGRAM NOTE

제주도의 풍광을 배경으로 남자와 여자가 만난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난 사이지만 그렇지 않은 척해야 하는데, 남자는 그녀를 아버지에게 여자 친구라고 소개할 예정이고 여자는 이를 연기하는 대가로 사례금을 받기 때문이다. 여자는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며 남자와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하지만 남자는 소극적이다. 두 사람은 제주도 풍경 속을 이동하며 마치 로드무비의 주인공들처럼 조금씩 마음의 거리를 좁혀 간다. 그러나 여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다 못해 지나치게 몰입하면서 남자는 당황한다.여자의 돌발 행동은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대사에서 잠시 언급되듯이 여자의 충실한 직업 정신일 수도 있고, 혹은 자기 확신에 가득 차 있는 나머지 연기를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너무나 사랑해서일 수도 있다. 어쨌든 여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자신의 역할에 쌓아 가며, 상대역을 연기해야 하는 남자는 싫든 좋든 여자의 영향을 받는다. 천천히 시작된 변화는 여자의 느닷없는 판소리 공연에서 급격히 커진다. 무대가 어디인지 관객이 누구인지 신경 쓰지 않고 이어지는 여자의 연기는, 황당하게도 무대와 관객마저도 그리고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남자마저도 결국 여자의 이야기대로 바꿔 놓는다. 이는 마치 뮤지컬 영화에서 누군가 노래를 시작하면 모두가 따라 부르며 춤을 추는 순간을 보는 듯하다. 그리고 뮤지컬 속의 인물들이 노래를 통해 행복해지듯 남자도 어떤 위안을 찾는다.<그녀의 연기>라는 제목처럼 배우의 연기가 중요한 영화다.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는 ‘연기’임을 의도한 불편하고 과장된 연기인데, 공효진은 이를 훌륭히 구현해 낸다. 어리둥절하게 있다가 그녀의 연기에 말려드는 남자를 연기한 박희순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김이환/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