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

서울독립영화제2025 (제51회)

최정단 | 2025 | Documentary | Color+B/W | DCP | 115min (KE, E)

TIME TABLE
11.30(일) 11:40-13:35 CGV압구정(본관) 3관 E, KE, GV, 15
12.2(화) 19:40-21:35 CGV 청담씨네시티 프리미엄관 E, KE, GV, 15
SYNOPSIS

한국을 대표하는 사상가 김우창의 기이한 삶과, 학문적 사유와 실제 삶을 일치시켜 나간 그의 죽음과 생명에 관한 우주적 사유를 탐색한 21년의 기록. 김우창은 나무와 하늘과 산이 잘 보이고, 계단이 많고 지붕이 새는 집에서 아내 설순봉과 함께 40년째 살고 있다. 자식들은 이사를 종용하지만 김우창은 그럴 생각이 없다. 김우창은 변하지 않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내 설순봉이 사고로 침대에 누워 있게 되고 그는 홀로 집안 살림을 해 나가지만, 그 역시 몸이 약해져 아내 돌보는 일이 힘겹다. 그는 마지막 책 『사물과 존재의 지평』을 쓰려고 골똘히 생각하지만 원고를 넘기지 못한다. 그에게 사물과 집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는 마지막 책을 완성할 수 있을까?

DIRECTING INTENTION

저는 20대에 큰 상실을 겪고 나서 오랫동안 삶의 목적을 잃고, 죽고 싶은 충동과 싸우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김우창 선생님의 글과 사유 속에서 인간의 비극적 조건을 받아들이고 체념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을 만나 고통과 비극 속에서도 따사로운 햇볕 한 자락을 즐기는 마음, ‘시(詩)의 영혼’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는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는 자기성찰의 여정에 따사로운 봄볕이 되어 줄 것입니다.

FESTIVAL & AWARDS

2025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최정단

최정단

STAFF

연출 최정단
제작 최정단
촬영 오정옥, 인병훈
편집 김형남, 이학민
음악 박성훈
기획 최정단, 현광일
믹싱 박상균
색보정 오태연
조감독 전형록, 서오름
출연 김우창, 설순봉

PROGRAM NOTE

인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우창은 새 책 『사물과 존재의 지평』을 집필하고 있다. 그러나 노년의 작가에게 새로운 문장을 이어 나가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하고 아름다운 시의 구절들을 낭독하지만, 병원에서는 의사가 읊어 주는 질병의 긴 목록들을 말없이 경청하고 수용해야 한다. 영화가 인용하는 릴케의 시처럼, 인간은 분명 소멸되지 않는 사유를 다루는 존재이다. 그럼에도, 죽음의 시간은 모든 생명에게 예외 없이 부여된 선험적 관념이다.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는 감독의 스승이기도 한 김우창의 일상을 21년간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자연이 봄에서 겨울에 이르는 계절의 순환을 부지런히 이행하는 동안, 김우창은 노화의 시간을 온몸으로 감각한다. 그는 매일 아침 마당의 신문을 수거하고,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털어내며 성실한 하루를 시작한다. 한편, 2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의 걸음걸이는 느려지고 때로는 타인의 부축에 의존해야 하며, 이제는 병상에 있는 아내도 보살펴야 한다. 영화는 불멸하는 사유와 인간의 유한한 삶이라는, 충돌하는 두 섭리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편견 없이 기록한다. 여전히 사물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며, 자신이 떠난 후의 동물들을 걱정하는 한 학자의 늙지 않고 빛나는 사유를 탐독할 수 있는 진귀한 영화이다.

문주화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