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다운 수다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35mm 단편영화 특별전
홍덕표 | 2004 | Animation | 35mm | Color | 10min 50sec
SYNOPSIS
자신이 남자답지 못하다고 자책하는 28살 청년은 어렸을 적에 자신에게 상처를 준 동네 할머니를 미워하고 괴롭힌다. 그러던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난 5살 소년으로부터 잊힌 진실을 보게 되는데...
DIRECTING INTENTION
한국사회에서의 '남자'들은 남자다움에 못 미치거나 기존 질서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았을 때, 열등감과 강박에 휩싸이게 된다. 더군다나 자신의 모델이 되어 줄 권위적인 대상을 잃어 버렸을 때에는 더 심한 불안 증세가 찾아온다. 위험스럽게도 그 열등감과 불안 증세는 폭력을 생산해낸다. 이러한 현상들을 비판의식이 결여된 한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조명해보고자 했다.
FESTIVAL & AWARDS
2004 제30회 서울독립영화제
DIRECTOR

홍덕표
2002 <사이>
STAFF
연출 홍덕표
제작 조현철
애니메이션 홍덕표
스토리 홍덕표
음악 오윤석
사운드 오윤석
스탭 이영필, 이준영
출연 Cast 김병철, 윤동희
PROGRAM NOTE
‘답다’라는 것은 ‘답다’라 말할 수 있는 기준이 있기에 가능한 말이다. 그것은 때로 개인의 성품이나 인성이 될 수도 있고 사회나 단체가 정한 것일 수도 있다. 세간에서 흔히 말하는 ‘남자답다’ 역시 그 속에는 단순히 여성과 구분되는 ‘성(性)’의 구별 외에 사회나 관습이 정한 어떤 기준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런 ‘남자다운’이라는 수식어가 ‘수 다’와 만났다. ‘수다’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흔히 여성의 것으로 치부되어 왔던 것이다.
이렇듯 다분히 이율배반적인 제목 그대로 애니메이션 <남자다운 수다>는 사회가 정한 ‘남자다움’의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자기모순에 빠진 청년의 독백이다.
자신이 남자답지 못한 것은 아버지로 대표되는 역할모델이 없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 지만,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 혹은 남자로 불렸던 이들의 모습은 어떠했던가?
영화에서 동네 할머니에 대한 그의 오랜 증오는 성장하는 동안 왜곡되고 변형된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그가 생각하는 ‘남자답다’라는 기준 역시 이십 몇 년을 이 땅에서 ‘남자’로 살아오면서 어떤 무엇에 의해 주입되고 왜곡돼 온 것일지도 모른다. 이 땅의 많은 남성들은 사회와 관습이 만들어낸 가부장 신화는 주체이자 가해 자지만 동시에 희생자이기도 한 것이다.
영화는 실제 인물을 촬영해 다시 애니메이션화하는 로트코스핑 방식과 카툰처럼 단순화된 2D 캐릭터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여, 사실감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강조 한다. 이러한 자연스러움은 단순하게 처리된 배경화면 그리고 계속해서 불안하게 흔들리는 카메라와 어우러져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모은영/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