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항구에는 여전히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단편 쇼케이스

장주은 | 2024 | Documentary | Color | DCP | 36min (E)

TIME TABLE
12.1(일) 15:20-16:49 CGV 청담씨네시티 프리미엄관 E, GV, G
12.5(목) 15:10-16:39 CGV압구정(본관) 2관 E, GV, G
SYNOPSIS

팽목항으로 출발하기 전, 옷가지와 식재료를 챙기는 명임의 모습은 얼핏 보면 여행을 떠나는 이의 모습 같기도 하다. 지난 10년간 수없이 지나쳤을 익숙한 풍경을 뒤로하며 진도로 향한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라는 녹슨 입간판이 있는 컨테이너 동에 도착해 짐을 풀고 주변을 정리한다. 그곳에 온 또 다른 부모 지영과 재복. 세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을 한다. 카메라는 기억관 곳곳을, 부모님의 이야기를 담는다. 기다림에 대하여. 낡고, 춥고, 외로운 팽목항을 지켜 내는 일에 대하여.

DIRECTING INTENTION

영화는 세상에서 이 참사가 잊혀지지 않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는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의 삶에 주목한다. 상실의 아픔을 딛고 살아 내야 하는 가족의 일상을 마주하며 참사를 둘러싼 사회적 이해관계로부터 한 발짝 벗어나 이별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

FESTIVAL & AWARDS

2024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2024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24 제20회 인천여성영화제 개막작

DIRECTOR
장주은

장주은

2021 순이
2022 바람난 장례식

STAFF

연출 장주은
제작 조민경
촬영 장주은, 조민경
편집 장주은
음악 정평은

PROGRAM NOTE

비가 온다. 부부도 친척도 아닌 듯한 중년 남녀가 차에 올라탄다. 그들은 시시콜콜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딸이 김치를 담가 준 얘기, 남편이 병원에 간 얘기 같은 것을 나누는 사이, 차에 탄 인원이 한 명 더 늘어난다. 카메라는 흔들리는 차 속에서 노란색을 발견한다. 목에 두른 노란 스카프, 노랗게 탈색한 머리, 가방에 주렁주렁 매달린 노란 리본. 그들이 누구인지 설명하려면 그들 이름 앞에 또 다른 이름을 하나씩 더해야 한다. 수인 엄마 김명임, 수연 아빠 이재복, 순범 엄마 최지영. 셋은 팽목항에 가는 길이다. ‘0416팽목기억관’에 도착하자마자 애들 사진 앞에서 한참을 보낸다. 잔소리해 봤자 소용없다는 듯 “애들이 뭐 하라고 하면 해요?”라며 하소연하기도 하고, 빛바랜 사진을 쓰다듬으며 예쁘다 중얼거리기도 한다. 영화는 그들 셋이 기억관을 청소하고 밥해 먹는 시간을 차분히 담는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의 구체적 내용보다 대화하는 풍경 자체를 중요하게 다루며, 어느새 애도와 연대의 공동체를 이룬 개인들을 응시한다. 그 미더운 시선 끝에 등장한 것은 검붉게 녹슨 세월호 선체다. 영화는 묻는다. 저 배는 무얼 기다리고, 그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은 또 무얼 기다리는지. 우리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지.

차한비 / 서울독립영화제2024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