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있어줘

서울독립영화제2006 (제32회)

에릭 쿠 특별전

에릭 쿠 | 2005 | 싱가포르 |93min | 35mm | Color

SYNOPSIS

아들에게 음식을 해먹이는 것이 유일한 낙인 홀로 된 외로운 아버지, 짝사랑에 어쩔 줄 몰라하며 밤잠을 설치는 투박한 경비원, 변심한 연인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며 가슴 아파하는 한 소녀. 이들은 하루하루가 힘겨운 나날의 연속이다.
그 후, 남자는 짝사랑하던 그녀에게 드디어 마음을 전하기로 결심하고, 소녀는 실연의 아픔을 이기지 못해 최후의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한편, 노인은 아들을 통해 뜻밖의 만남을 갖게 되는데…

FESTIVAL & AWARDS

2005 Flanders International Film Festival-Gent 최우수각본상
2005 토리노 영화제 최우수감독상
스톡홀름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 최우수촬영상
도쿄국제영화제 특별언급
2005 CJ 아시아나 독립영화제 관객상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언급

DIRECTOR
에릭 쿠

에릭 쿠

 

STAFF
PROGRAM NOTE

칸 영화제 감독주간 개막작이자 한국에서 개봉해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던 <내 곁에 있어줘>는 영화에 직접 출연하기도 한 테레사 첸의 실화에 근거한 작품이다. 테레사는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장애인이지만 자신의 곤경을 노력을 통해 극복한 인물. 영화는 테레사 첸의 자전적인 이야기에 사랑 때문에 곤경에 처한 세 인물의 이야기가 더해져 있다. 첫 번째 에페소드는 병든 아내를 간호하다 그녀가 죽게 되자 상실감에 사로잡힌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그는 음식을 만들지만 이제 누구에게 맛을 보게 할 것인지 주저한다. 두 번째는 빌딩의 보안직원으로 일하는 한 남자가 폐쇄회로에 잡힌 한 여자를 흠모하면서 벌어지는 사건. 그는 그녀에게 보낼 편지를 적지만 쉽게 그녀를 만날 용기를 내지 못한다. 세 번째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여자를 사랑하다 자신을 멀리하는 그녀의 행동 때문에 괴로워하는 소녀의 이야기. 이들의 삶은 에릭 쿠의 예전 영화들처럼 엄격하게 분리되어 전개되는데, 소녀가 자살을 감행하면서 우연히 이들의 삶이 얽히게 되는 계기가 마련된다. 극도로 절제된 이야기에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인물들, 그들을 보여주는 클로즈업과 엄격한 프레임은 대도시에 살고 있는 인물들의 고독과 소외를 표현한다. 이들은 편지, 인터넷 채팅, 핸드폰의 문자 메시지로 자신들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이는 테레사 첸과 복지사인 남자 간의 신체를 통한 직접적인 소통인 수화와 대비된다. 그리하여 영화에서 진정한 소통은 아내를 잃고 괴로워하는 할아버지와 테레사와의 만남과 포옹에 있다. 노인은 테레사의 자서전을 읽고 희망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음식을 만들어 전달한다. 영화는 처음 ‘진정한 사랑이 정말 어디에 있을까. 가끔 진정한 사랑도 깨진다. 사랑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를 때 사라진다’라는 사랑에 관한 의문으로 시작하는데, 두 노인의 만남과 포옹은 이에 대한 어떤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김성욱 / 영화평론가,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