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니에게

서울독립영화제2025 (제51회)

김지원 | 2024 | Fiction | Color | DCP | 20min (KN) World Premiere

TIME TABLE
11.28(금) 19:10-20:36 CGV압구정(신관) ART2관 GV, 12
11.30(일) 11:00-12:26 CGV압구정(본관) 2관 GV, 12
12.3(수) 15:40-17:06 CGV압구정(본관) 2관 12
SYNOPSIS

사랑에 눈이 먼 노니는, 눈이 먼 연인에게 한쪽 눈을 내주기로 결심한다. 그 눈으로 비로소 세상을 보게 된 연인은, 다음 날 아침 첫 기차를 타고 홀로 떠난다. 노니의 큰 용기와 헌신이 남긴 것은, 비어 버린 한쪽 눈과 텅 빈 방뿐이다. 노니의 절친한 친구 마크는, 홀로 남겨진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에서 뜻밖의 풍경들을 마주하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외로움 속에서도 사랑은 존속한다. 각자가 가진 외로움 때문에 마음속에 들인 누군가의 외로움을 걱정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사랑을 깨달은 순간, 우리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기꺼이 홀로 있음을 감내할 수 있게 된다. 이 사랑이 외로움을 통해 지속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외로움조차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처럼 복잡하면서도 아름다운 인간의 감정을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게 누군가를 향한 슬픈 사랑을 안고 있는 노니와 마크가 탄생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김지원

김지원

2022 안녕의 파도
2025 제재소의 소년

STAFF

연출 김지원
제작 미리암 마르투, 콜롬바 산소네티
각본 김지원, 릴리앙 단토
촬영 발렌티나 프로비니
편집 플로렌트 토
조명 발렌티나 프로비니
음악 카르토 팔라시, 아서 르모알
미술 김지원
음향 벤자민 마르틴
출연 아드리안 캐스, 티펜 타셔

PROGRAM NOTE

사랑에 눈이 먼 노니는 눈이 먼 연인을 위해 자신의 한쪽 눈을 내어준다. 그러나 그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게 된 연인은 다음 날 아침 홀로 떠나 버린다. 떠난 남자는 노니에게 흐릿한 사진을 보내오고, 노니는 그 사진을 마크에게 보여 주며 “눈물이 고인 채 세상을 보면 이런 모습일까”라고 말한다. 영화는 노니의 눈물이 고인 듯 흐려진 시야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직접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이미 감정의 형태가 물과 시야의 비유로 번져 나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떠나는 이와 남아 있는 이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는 모습은 끊임없이 바다로 이어지는 강물과, 제자리에서 고요히 머무르는 호수의 이미지로 겹쳐진다. 사랑이 같은 곳을 보지 못할 때 생기는 공허함이 여러 ‘물의 형태’로 변주된다. 강은 떠나는 이의 움직임을, 호수는 남아 있는 이의 고요한 심연을 닮았다. <노니에게>는 감독이 프랑스 유학 중 현지 배우들과 함께 프랑스에서 완성한 작품으로, 타국의 풍경 속에서 ‘보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의미를 섬세하게 탐구한다. 영화는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인간 감정의 본질이 얼마나 보편적인지를 증명한다. 초록빛 들판과 푸른 실내, 눈가리개와 카메라 렌즈 등 시각적 모티프는 ‘시선’과 ‘기억’의 관계를 상징한다. 감독은 “외로움 속에서도 사랑은 존속한다”고 말한다. 이 영화는 그 문장을 이미지로 구현한 시적 실험이자, 이별 이후에도 지속되는 감정의 잔향을 머금고 있다. 세상을 흐릿하게 보는 사람들, 그리고 그 세계를 비추는 따뜻하고도 쓸쓸한 프랑스의 빛이 오래도록 남는다.

박수연 / 서울독립영화제2025 프로그램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