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태양 (부제: 편의점 야간 파트타이머의 고통)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본선경쟁(단편)
늘샘 | 2009|Fiction|Color|DV|23min 21sec
SYNOPSIS
곰팡이 떠다니는 반지하방,
쏟아지는 햇살 아래 부은 발을 풀고 지쳐 잠드는,
하나둘 켜지는 도시의 불빛들,
참치 캔 하나로 첫 끼니를 먹는,
오래 쌓여온 인간의 생체 리듬을 깨고 밤을 낮으로 낮을 밤으로 살아내는
돈을 세고 손님을 맞고 물건을 파는, 상품을 정리하고 청소를 하는
감시카메라, 형광등, 에어컨, 돈과 상품과 바코드와 소비자들의 세계 속에 일하는
파트타이머 노동자의 세부묘사.
아침이 내린 퇴근길,
이 햇살은 그가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DIRECTING INTENTION
쉴 새 없이 지난한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학생.
그의 열아홉 번째 일터에서의 보고서.
손에는 돈 냄새, 귀에는 기계음, 눈에는 형광등, 입에선 영수증이 나와요.
자본의 절망적인 흐름 속에서, 어떤 태양을 보아야 하는가.
FESTIVAL & AWARDS
2009 제9회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
DIRECTOR

늘샘
1998 < 꿈 >
1999 < 어항 >
2000 < 당신의 현실은 나의 꿈 >
2001 < 길 없는 길 위에서 >
2007 < 로띠와 신라면 >
STAFF
연출 늘샘
제작 해방단
각본 늘샘
촬영 김재은, 예슬
편집 늘샘
음향 김재은, 이은주, 나미란
출연 늘샘, 예슬, 김재은
PROGRAM NOTE
밤을 새워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태양은 어떤 의미인가. 편의점에 가득 쌓인 상품을 보며 자본주의를 성찰한다면 그건 어떤 이야기가 될 것인가. <노동자의 태양>은 편의점 직원에 대한 짧은 길이의 단편이지만 안에는 수많은 질문과 대답이 과잉된 밀도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이다. 편의점 직원인 감독은 편의점을 바라보는 시점 이면서 한편으로 피사체이며 또한 배우이고 영화의 이미지는 그가 직접 채집한 것이다. 영화는 우리가 편의점에서 흔히 목격하는 이미지를 지극히 빠르게 압축한 다음 재치와 유머와 풍자로 엮어 커다란 주제로 직조한다. 야간 타임 근무자를 밤의 책임자로 호칭하면서 몸가짐을 규정하고 신발 뒤꿈치를 구부려 신지 못하게 하는 규제 속에는 인간을 마치 편의점 상품처럼 재단하는 비인간성이 숨어있다. 편의점에 쌓인 수많은 물건을 보면서 자본주의의 소비에 대한 강박증을 느꼈다면 당신은 이 영화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영화는 이런 이야기를 카메라로 촬영한 논픽션에 감독이 허구로 연출한 픽션을 겹치고 그 위에 CCTV 영상과 사진과 음악과 효과음을 얹어, 좁은 편의점을 자본주의에 대한 은유로 야간 타임 직원은 노동자에 대한 은유로 설명해낸다. 수많은 동전과 지폐가 오가고, 물건이 팔리고, 유통기 한이 지난 물건은 버려지는 하루 밤 동안, 노동자는 노동의 지루함을 참고 일탈을 꿈꾸고 분노를 느끼고 혁명을 계획 하지만, 아침이 오고 일이 끝나면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노동자에게 태양은 어떤 의미인가, 라는 질문 앞에 ‘밤을 지새운 우리에게 햇살은 의미가 없다’ 는 결론이 내려진다. 다시 밤이 오면 그들은 일터로 나갈 것이며, 당신이 방문하는 편의점의 카운터 뒤에 서있을 것이다.
김이환 / 서울독립영화제2009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