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절개술
서울독립영화제2005 (제31회)
본선경쟁(장편)
김선,김곡 | 2005 | Fiction | HD | Color | 100min | 집행위원회특별상
SYNOPSIS
지하 실험실에서는 뇌실험이 자행되고 있다.
지상 탄광에서는 채권자들의 머리가 잘려나가고 있다.
DIRECTING INTENTION
한때 번성했던 탄광들은 더 이상 경제발전을 의미하지 않는다. 채권을 대물림 받은 이들이 갈 곳은 버려진 탄광 위에 세워진 카지노뿐이다. 채무자들은 채권들에게 카드를 나누어주며 ‘내일을 투자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내일’은 내일 오지 않는다. 내일의 기억을 제거하러 온 연쇄살인마.
DIRECTOR

김선
2001 반변증법
2002 시간의식, 자본당선언
2004 빛과 계급
2004 정당정치의 원리

김곡
STAFF
연출 김선, 김곡
제작 이원정
각본 김선
촬영 박홍열
편집 김선, 김곡
연출부 조수영, 백형길, 김동명
촬영부 김정원, 이정훈, 정종헌, 지윤정
제작부 백형길, 정재훈, 심상일
미술 이현지
음향효과 홍철기, 최준용
음악 강민석
출연 민경진, 이란희, 나현민
PROGRAM NOTE
<뇌절개술>은 고도의 실험적 영상과 관념적 아이디어로 가장 난해한 독립영화 감독으로 알려진 곡사의 필모그래피에서 드물게 이해하기 쉬운(?) 영화다. 대중의 이해도를 뛰어넘는 이들의 관념은 때로 ‘관객/비평의 무능인가, 감독의 지적 사기인가’에 관한 의혹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자신들의 사유에 좀더 구체적인 형상을 부여한 이 영화를 통해 그들은 자신들이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도 충분히 갖추고 있음을 입증한다. (그러나 이미지 위에 이미지를 포개고 이야기 위에 이야기를 포개놓는 곡사 특유의 중첩방식이나 재기 넘치는 스타일은 조금도 녹슬지 않았다.) <뇌절개술>은 한 때 대한민국 탄광산업의 상징적 공간이던 사북을 배경으로 폐광 위에 건설된 카지노 광풍에 온 마을이 휩쓸려 가는 과정을 희비극 속에 담아낸다. 30년 전에 죽은 탄부 아버지의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 회고담처럼 시작되는 이 영화는 극이 진행될수록 수많은 이들이 연루되고 죽어나가는 아수라장으로 돌변하는데 이 살상의 참극, 아수라장의 배경에는 사람들을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손, 즉 자본의 농간이 있다. 알레고리와 미스테리, 슬래셔 장르의 관습을 뒤섞고 그 많은 목소리들이 제각기 아우성치도록 난장판을 벌여놓으면서도 이 생지옥의 배후조정자인 교활하고 탐욕스런 자본에 대한 냉철한 인식만큼은 단단히 붙잡고 있는 것이 아마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일 것이다. 급기야 주인공이 서울 한복판에 나타나 사람들을 붙잡고 질문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사람 잡는 자본주의’라는 극의 중심 테마는 다큐멘터리적인 현실의 장까지 확장된다. 어려운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고 강렬한 시각적 메타포와 알레고리, 장르적 관습으로 버무려놓기도 쉽지 않을 것. 이 젊은 감독들에 대한 의혹이나 판단유보는 이제는 접어도 좋을 것 같다.
맹수진 / 서울독립영화제200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