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바벨탑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본선경쟁(단편)

임하니 | 2008|Fiction|Color|DV|11min 20sec | 독립스타상-사운드 표용수

SYNOPSIS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예순에게 성경은 삶 그 자체다. 교회를 열심히 나가고 기도를 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신앙생활이 아닌 것이다. 그녀는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 이들을 진정으로 안타깝게 여겨,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선교를 하고 성경을 전한다. 어느 날 그런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부유한 교회 동료인 준희가 가진 예쁜 성경책. 예순은 그것과 똑같은 성경책을 서점에서 발견하고 순간의 욕심으로 성경책을 훔치지만, 죄책감은 없다. 자신의 신앙심마저도 더 숭고한 것으로 보이게 하는 그 성경책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한 자신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예순은 성경책을 들고 당당하게 교회로 들어가지만, 아무도 그녀를 특별하게 바라봐주지 않는다. 곧 자신의 착각을 깨닫게 된 예순은 다시 서점에 성경책을 갖다 놓으러 간다. 책을 왜 다시 가져왔냐는 서점 직원 재관의 질문에, 예순은 책을 훔쳤다는 것에 대한 사죄가 아닌 다음과 같은 대답을 한다.“가져갔더니, 바뀐 게 하나도 없잖아요.”

DIRECTING INTENTION

한국 개신교 사회에서 종종 나타나는 문제점들은 성경에 대한 무지가 그 원인인 경우가 많다. 성경의 완전무결함을 믿어 의심치 않는 개신교 신자들은,“땅 끝까지 전파하라”는 성경의 말을 진리로 삼고 민폐를 일삼는 선교활동을 펴는 것이다. <당신의 바벨탑>은 일종의 풍자로서, 한국 교회에 만연해 있는 반(反)지성주의를 꼬집고자 한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무지를 강요받은 교인들은, 교회의 이중성 안에서 그들만의 신앙을 쌓아 나간다. 그들은 예수를 믿고 그의 사상은 전파하지만, 정작 그들의 모습은 전혀 예수를 닮아 있지 않은 것이다. 반지성적인 종교 활동을 펼치지만 신앙만큼은 순결한 예순이 보는 같은 교인들의 부패한 신앙. 과연 우리는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FESTIVAL & AWARDS

2009 제46회 대종상영화제

DIRECTOR
임하니

임하니

2008 < 6/7층 >

STAFF

연출 임하니
제작 나미나
각본 임하니
촬영 백상훈
편집 원창재
조명 김안훈
미술 김여진
음향 표용수
출연 천정하

PROGRAM NOTE

바벨에 사는 노아의 후손들이 하늘에 닿는 탑을 쌓기 시작하였으나, 여호와가 이에 노하여 그 사람들 사이에 방언을 쓰게 해 마음과 언어를 혼동 시켜 멀리 흩어지게 하였다 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이들 모두 저마다의 신앙으로 하느님을 섬기는 마음을 이어가지만, 그 마음이 언어로 표현되며 형체를 갖게 되는 순간,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성스럽지만은 않은 또 다른 신앙으로 다시 태어나곤 한다.
‘저는 (재력 있는) 당신께 순종하리라’고 말하는 집사, 재력으로 교인사회를 주름잡으려는 준희, 한 사람을 섬기는 마음은 같을지라도 각자의 이(利)를 따져 서로를 분리시키는 교인들, 그리고 자신의 신앙을 더욱 숭고한 것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예순.
값비싼 언어를 갖는다고 해서 그 마음이 더 값진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은 천 원짜리를 싫어하시는 것이 아니라, 비싼 신앙을 치르려고 하는 이 마음들을 가엾게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까.
마음과 언어의 하나 됨, 그들이 찾는 변화는 이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최민아/서울독립영화제2009 프로그램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