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마찌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단편경쟁
김성환 | 2019 | Fiction | Color | DCP | 28min 22sec (E)
SYNOPSIS
정태는 노년의 건설 현장 노동자다. 새벽부터 비가 오는데 정태는 일이 안 될 줄 알고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비는 그치고 날이 밝는다. 팀장으로부터 나와서 일하자는 연락이 온다. 정태는 거절했다가 결국 취한 몸을 이끌고 현장으로 나선다. 택시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평소에 타지 않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힘들다. 주위의 차가운 시선과 오해까지 겹쳐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DIRECTING INTENTION
한 시대를 살지만 상이한 존재로 인식되는 사람들을 통해 서로에게 던지는 차가운 시선들과 그로 인한 갈등을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도 각자의 기류에 몸을 맡겨 서로 다른 방향으로 유영하는 모습들을 통해 소통과 배려를 할 여력조차 가질 수 없는 피로감을 서로에게 깊이 이식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FESTIVAL & AWARDS
2020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2020 제21회 대구단편영화제
DIRECTOR

김성환
2018 저랑 목적지가 같네요
STAFF
연출 김성환
제작 정예은
각본 김성환
촬영 김경일
편집 김성환
음향 신승호
출연 이송희
PROGRAM NOTE
“까닭도 없이 나를 미워하는 자들이 나의 머리털보다도 많고……” (시편 69편 4절)
우리는 정태 씨 같은 사람을 불쾌하고 불편한 존재라고 느낀다. 정태 씨는 술에 찌들어 부들부들 떨고 문득문득 게슴츠레한 시선을 던진다. 우리를 향해 악의를 품거나 위해를 가하지 않음에도 우리는 그를 두려워하고 경계한다. 그의 짜증스러운 표정과 혼잣말로 내뱉는 욕설의 대상은 추측건대 떠난 가족이거나, 자재를 빼돌린 누구일 테고, 무기력한 자신을 향한 투덜거림이고 징징거림일 것이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혼자 버스를 기다리는 젊은 여성이나 편의점에서 일하는 어린 여성 알바생에게는 분명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를 회피하고 외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따지고 보면,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만 잠시, 조금만 더 고민해 본다면, 모호해진다. 공포는 모호함에 상상의 살이 붙는 순간 만들어지니까. 저런 사람들이라는 편견, 어떤 직업이라는 차별, 닥치고 난 그런 사람 꼴도 보기 싫다는 폭력성. 정태 씨는 그렇게 혐오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그다음은? 이 영화가 무서운 건, 우여곡절 끝에 공사 현장에 도착한 정태 씨의 머리 위로 하필이면 때마침 야속하게 다시 내리는 비를 맞으며 우리를 향해 던지는 그의 섬뜩한 눈빛인데, 자신을 향했던 자신의 머리털보다 많은 혐오의 시선을 담은 그 눈빛을, 증오라고 불러도 될까? 어떤 잔혹 범죄의 끝에 증오에 가득 찬 그들은 말한다.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았다고. 그 변명이 그저 변명처럼 들리지 않는다.
김중현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