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필리핀 독립영화 특별전

브리얀테 멘도사 | Philippines|2009|Fiction|35mm| Color |105min

SYNOPSIS

동네 건달들을 돕고 푼돈을 벌던 페핑은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액을 주는 일에 선뜻 나선다. 돈을 갚지 못한 창녀를 납치하여 버릇을 고치려 한 사건은 곧 살인으로 이어진다.

DIRECTOR
브리얀테 멘도사

브리얀테 멘도사

STAFF
PROGRAM NOTE

최근 10년간 세계 영화제에서 가장 각광받은 감독중 하나는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일 것이다. 일년에 두 편이상의 영화를 생산해 내는 놀라운 에너지를 가진 멘도사 감독은 만드는 영화마다 세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올해 역시 <도살>과 <롤라> 두 편을 만들었고 이중 <도살>은 칸 영화제 본선에 진출하여 감독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잔인함과 투박하고 어두컴컴한 화면, 거슬릴 정도로 시끄러운 소음은 ‘칸 영화제 사상 최악의 영화’라는 혹평을 불러오기도 하였다.
멘도사 감독은 과도한 핸드 핼드 카메라의 사용과 거친 미장센으로 한쪽에서는 현실이 묻어나는 사실적 묘사로 다른 한쪽에서는 영화적인 미숙한 조악함으로 찬사와 비난을 한 몸에 받아왔다. 어쨌건 간에 그가 이후 필리핀 독립영화에서 보여주는 ‘사실적인 묘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동네 건달들을 돕고 푼돈을 벌던페핑은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액을 주는 일에선뜻 나선다. 돈을 갚지못한 창녀를 납치하여 버릇을 고치려 한 사건은 곧 살인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이 끔찍한 상황에 놓인 페핑이 경험하는 공포와 혼란을 따라간다. 따라서 <도살>은 관객에게 한없이 불친절하며, 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가 될 수 밖에 없다. 도망갈 곳도 없고 맞설 힘도 없는 페핑의 위치가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이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이 멘도사 감독이 관객에게 전해 주고 싶었던 현실의 단면이었는지 모른다.

조영정 /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