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오무의 황혼

서울독립영화제2025 (제51회)

장률 | 2025 | Fiction | Color | DCP | 99min (KN, E)

TIME TABLE
11.29(토) 10:30-12:09 CGV압구정(본관) 3관 E, KN, 12
12.1(월) 20:00-21:39 CGV압구정(신관) 4관 E, KE, 12
SYNOPSIS

바이는 3년 전 아무 말 없이 사라졌던 남자친구로부터 중국 남서쪽 어느 작은 마을에서 온 엽서를 받는다. 의심과 망설임 끝에, 바이는 결국 그 마을로 가보기로 결심하고, 진실을 밝혀내려 한다.

DIRECTING INTENTION

사라져가는 흔적, 잃어버린 길을 찾아 나서는 여정—서정적이면서도 잡히지 않는 이야기. 그렇게 역사는 숨 쉬고, 삶은 이야기를 풀어 나가며, 그 모든 것 가운데에서도 사랑은 그렇게 설계된다.

FESTIVAL & AWARDS

2025 30회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어워드 대상

DIRECTOR
장률

장률

2001 11세
2004 당시
2005 망종
2006 사실
2007 경계
2007 중경
2008 이리
2009 두만강
2013 경주
2013 풍경
2015 동행
2015 필름시대사랑
2016 춘몽
2018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2019 후쿠오카
2021 야나가와
2023 백탑지광
2025 춘수

STAFF

연출 장률
조연출 Siyang LI, Xiayong LEI
제작 Company Chengdu Lu Films
프로듀서 Jin PENG
각본 Lu ZHANG
촬영 Songri PIAO
편집 Xinzhu LIU
미술 Yican ZHENG
음향 Ran WANG
색보정 Shu FU
의상 Fei CHEN
출연 Baihe BAI, Dan LIU, Jianxin HUANG

PROGRAM NOTE

3년 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애인 왕. 그가 보내왔다는 엽서에는 ‘루오무의 황혼’이라는 짤막한 글귀가 적혀 있다. 바이는 이 뜻 모를 말에 이끌리듯 루오무에 당도해 있다. 30분만 걸으면 마을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아담한 곳. 바이는 그곳 루오무에서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 리우를 비롯해 낯선 이들과 뜻하지 않게 만나고, 오래되거나 버려지거나 사라진 장소와 마주하며, 켜켜이 쌓인 동시에 흩어진 시간과 마주친다. 그곳, 그 사람들 사이에 왕의 흔적이 엿보이고, 그곳, 그 사람들 사이에서 왕의 기척을 느낀다. 장률 영화의 기질이자 원류라고 해도 좋을 배회의 감각과 우연의 수용과 타자를 향한 환대가 루오무의 골목골목, 비밀스러운 정원, 소소한 냇가를 따라 유유히, 유려하게 흐른다. 누군지 알 길 없는 실체 없는 목소리, 누구의 것인지 정확하지 않은 낯설고 기이한 시선, 누군가에게만 들릴 출처 모를 기차와 말(馬)의 소리, 처음 보지만 어디선가 본 것 같고, 이미 알 것 같은 익숙함, 끌림, 기시감. 어쩌면 ‘영’(靈)의 대화, 독백, 얼룩, 잔상이라고 해도 좋을 그런 것들이 <루오무의 황혼>을 에워싸고, 움직여 나가고, 이끈다. 그것은 비단 루오무와 그곳 사람들뿐 아니라 이 모든 것을 굽어보며 품고 있을 어메이산까지도 아우르는 일일지도 모른다. 끝내 가닿을 수 없는, 불가해한 시공, 또 다른 영의 시선, 자리, 존재로서의 거산(巨山). 그 앞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흔들리고, 겸허해지는 마음까지도.

정지혜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