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손님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단편 쇼케이스

이제한 | 2020 | Fiction | B/W | DCP | 39min 55sec (E)

SYNOPSIS

서울의 어느 작은 영화사에서 4년째 일하고 있는 진호는 오래전 동료 수영의 방문에 놀란다. 1년이 넘도록 아무런 연락도 없었던 그녀였다. 그녀는 스위스의 몽블랑에 있었다고 했다. 거기서 만난 누군가와 결혼을 했다고. 이 하루 동안 진호는 많은 일을 겪는다. 진호뿐만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람들 또한. 이날, 회사의 시계는 자꾸 느려져 멈추고, 진호는 종종 잠이 들고, 다시 잠에서 깨며,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이들이 나타났다, 멀어진다.

DIRECTING INTENTION

사무실에 혼자 있다가,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대개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었고, 그들 중엔 이젠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이들이 많았다. 사이가 틀어져서, 다시 만나는 것이 이젠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이들. 이상하게도 그날은 늦게까지 옛날 생각을 했다. “그 사람들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고, 그걸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었다.

FESTIVAL & AWARDS

2020 제2회 강릉국제영화제

DIRECTOR
이제한

이제한

 

 

STAFF

연출 이제한
제작 김수민
각본 이제한
촬영 김수민
편집 이제한
동시녹음 서지훈, 이진근
조연출 조희영
출연 신석호, 김새벽, 설찬미

PROGRAM NOTE

흑백의 화면 속,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오랜만에 만나 일상의 이야기를 차분한 어조로 나눈다. 이들의 대화는 더할 나위 없이 솔직한 것 같지만 정작 중요한 속마음은 숨기는 것 같기도 하다. 대화는 종종 추상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대화의 장소가 바뀌면서 등장인물이 하나둘 늘어난다. 그리고 시간은 자신만의 속도로 흐르기 시작한다.

<마지막 손님>을 보는 많은 관객이 홍상수의 이름을 떠올릴 것이다. 어떤 장소의 일상성을 강조하는 촬영과 김새벽을 포함한 배우들의 연기, 대사를 통해 언급되는 소재들은 홍상수의 영화와 분명 유사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 손님>이 그저 아무 고민 없이 홍상수를 거칠게 흉내 낸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에는 자신만의 문제의식을 차분한 태도로 영화 언어 속에 녹여 내려는 감독의 손길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때 특히 주목하고 싶은 주제는 ‘시간’에 관한 것으로, 감독은 인물들의 대사, 촬영과 편집의 리듬, 그리고 작은 소품 등을 통해 시간의 흐름에는 우리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미묘하고 불가사의한 영역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야기의 전체 상을 파악하기 위해 영화 속 몇몇 장면과 함께 시간의 문제를 고민하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마지막 손님>의 기묘한 세계 속에서 헤매게 될 것이다. 이때 느껴지는 그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혼란한 감각은 분명 <마지막 손님>의 고유한 개성이다.

김보년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