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웃음

서울독립영화제2017 (제43회)

선택단편

채경훈 | 2017 | Experimental | Color | DCP | 10min 10sec (E)

SYNOPSIS

<대한뉴스> 제 1242 호, 제목 <제 1 회 새마음 대제전>, 이 유명한 영상은 새마음 운동의 홍보를 위해 1979 년에 제작된 뉴스릴이다. 연예인 봉사대원, 새마음 봉사단원이라는 이름으로 체육대회에 동원된 대학생, 시민, 유명인, 기업인 그리고 박근혜 총재를 향해 환호하는 사람들, 그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드는 박 총재, 이러한 풍경이 그리 낯설지 않다. 대한뉴스의 예비분 <79 예비, 새마음 갖기 운동 2-1>은 <대한뉴스> 제 1242 호에 사용되지 않고 남은 필름이다. 음성 트랙이 없는 이 영상에는 체육대회를 관전하며 웃고 있는 박근혜 총재와 이를 바라보는 이명박 현대건설 사장이 등장한다. 그리고 <대한뉴스> 제 1267 호, 무려 16년이나 살았던 청와대를 나와 사저로 돌아가는 큰영애 박근혜가 등장한다.

DIRECTING INTENTION

<대한뉴스> 제 1242 호의 영상과 삭제된 영상인 <79 예비, 새마음 갖기 운동 2-1>을 이어붙여 <제 1 회 새마음 대제전>의 본래 영상이었을지도 모르는 형태로 재편집하였다. 그 영상에는 박근혜, 최순실, 이명박이 나온다. 누가 봐도 아는 그들의 눈을 일부러 가려 어설픈 거짓으로 국민을 속인 정부, 진실로부터 눈을 돌린 미디어, 눈을 돌리고 싶지 않아도 돌릴 수 밖에 없던 그 상황,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속을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표현했다. 그들의 눈을 가리고, 그들의 말을 지우고 영상을 반복해서 보면 볼수록 그들의 거짓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변하지 않았다. 같은 장면의 반복을 통해 역사의 반복 안에서 핵심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거대한 힘의 덩어리를 표현해 보았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채경훈

채경훈

2012 <이상한 나라 앨리스 되기>

2013 <시마>

2014 <사쿠라, 울리다>

STAFF

연출 채경훈
제작 황균민
편집 채경훈

PROGRAM NOTE

기록은 무엇을 의미할까. 기록은 무엇까지 의미할 수 있을까. <마지막 웃음>은 과거의 기록을 집요하게 추적하여 현시점으로 불러온다. 1979년, 이름도 거창한 ‘제1회 새마음대제전’이 열린다. 천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모여 ‘새마음 정신’을 다짐하는 자리. 이 기록영상(<대한뉴스> 제1242호와 그 영상에 포함되지 못한 예비분의 필름)에는 2017년 국정농단의 두 주모자 박근혜와 최순실이 나란히 등장한다. 감독은 그들의 눈을 블랙으로 가렸는데, 이처럼 얼굴 일부가 감춰진(놀랍게도 그럴수록 낯익은)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이명박 또한 그곳에서 박수를 치며 웃고 있다.
감독은 짧은 ‘자료화면’을 분절하고 늘리고 이어 붙이고 교차하며 적극적으로 편집한다. “사회정화에 앞장서달라고 당부했습니다.”라는 앵커의 멘트, 눈이 없는 거짓된 얼굴들, 그리고 기묘한 리듬으로 되풀이되는 웃음소리는 2017년 현재의 스크린 위에서 시시각각 충돌한다. 이 반복적인 웃음소리는 웃음거리가 되고, 웃음거리는 웃음거리에 머무르지만은 않는다.
영화 후반부 삽입된 <대한뉴스> 1267호는 박정희 사망 후 영애들의 이사를 보도한다. ‘16년간 살던 청와대를 떠나’는 박근혜의 모습은 2017년의 또 다른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기록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어떤 장면에는 때때로 판단보다 더 많은 것, 판단과는 아주 거리가 먼 것, 오히려 판단 너머의 무엇이 간직되어 있기도 하다. 연출자는 기록에 게으르지 않으며, 영화를 보는 이에게 ‘마지막 웃음’의 의미를 질문한다.

차한비 /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