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고라운드 서커스청년

서울독립영화제2003 (제29회)

본선경쟁(단편)

김 권 | 2003│Experimental│DV 6mm│B&W│8min 30sec

SYNOPSIS

12살부터 여왕에게 줄 타는 것과 마약을 전수 받은 랑.
서커스단원인 랑은 사랑하는 하니와 서커스를 빠져 나오기로 한다.
그러나 그들이 훔친 여왕의 돈가방이 지하철 소매치기로 인해 희망이 사라지고...
메리고라운드처럼 계속 어지럽게 방황하다가 결국, 서커스로 붙잡혀온 둘은 마지막 여왕의 벌이 시작된다. 그것은 바로, 공중 크로스 줄타기!

DIRECTING INTENTION

서커스 청년이 메리고라운드를 타고 눈을 감는다.
한 점의 빛이 둘의 몸을 감싼다. 서커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웃음을 거두고 숨막히게 둘을 바라본다. 지하철을 탄다. 소음과 파란 형광등이 두통을 일으킨다. 변형되고 휘어져서 사라지는 빛들. 눈을 감는다. 다시 나는 서커스 공연장에 들어선다. 빛에 둘러 쌓인 두 명의 서커스 단원이 천장을 진동한다. 그리고 눈물 한 방울이 흐르자 그 빛은 굉음과 함께 화이트 아웃된다. 사랑하는 두 사람을 위해 이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FESTIVAL & AWARDS

2003 인디포럼

DIRECTOR
김 권

김 권

1998 <표리2>
2000 <오르골>
STAFF

연출/각본/편집 김 권
촬영 이상길, 김 권
조명 고도원, 임철빈
음악 모레인
미술 원종두
출연 무지개, 달, 서경화

PROGRAM NOTE

서커스의 어원은 고리. 이 영화 속의 주인공 또한 어떤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벗어날수록 몸부림치면 더 심한 고통이 그에게 가해진다. 고통의 가해자는 곡예장의 주인. 이러한 닫힌 상황 설정으로 인해 이야기는 더 길어질 수 없다. 감독은 이 짧은 고리적 이야기에 흑백의 대조적 그림자와 빛 그리고 언더그라운드적인 어두운 음악으로 영화의 서커스를 펼쳐보인다. 빠른 편집 템포와 출동하는 이미지들 그리고 쉼 없이 움직이는 카메라는 영화 속 인물에 대한 감정 이입을 차단시킨다. 영화 자체를 현실 속에서 더 멀리 떨어뜨려 놓으려는 의도인가? 아니면 영화 자체는 이미 현실 속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것? 어딘가 또 다른 서커스 안에서 고통의 숨결을 참아가고 있는 이들에 대한 무언의 위로 혹은 경외감인가? 그러나 마지막 장면, 줄 타는 두 여인들의 긴장감은 사실 현대의 위태로운 삶과 이미 닮아있다.  임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