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극장, 수년 전에 문을 닫은 극장, 그러니까 더 이상 이야기를 담지 못하는 극장, 그곳에 한 사내가 들어가려 한다. 하지만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그는 극장건물 앞에서, 문 앞에서 주저한다. 아마도 그의 기억 속에 들어앉은 무언가가 그를 망설이게 했을 것이다. 그 사연이 무엇인지, 어떤 이야기인지 우리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어떤 여자의 이미지가 나타나기도 하고, 이상한 사람들이 극장의 무대에 등장하기도 한다. 몇 개의 이야기를 엮어볼 수 있는 설정들, 그것들만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지닌 줄거리는 몇 가지가 된다. 그것은 관객이 얼기설기 엮어서 - 관심이 간다면 - 생각하게 될 그런 것들이다. 무의식, 악몽, 과거라는 게 그렇지 않은가? 몇 가지의 이상한 이미지들이 있고, 그 사이를 떠돌다 문득 몇 개의 선을 그어볼 뿐이다. 촬영을 위해 진짜 버려진 극장에 들어서면서, 모든 영화의 방향이 결정되었다. 극장은 어차피 수 없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더구나 버려진 극장이란 것은 그 이야기들이 누군가 일깨워주기를 기다리는 창고 같은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2007 무비 콘서트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