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느린 시간들

서울독립영화제2010 (제36회)

본선경쟁(단편)

신정철 | 2010|Fiction|Color|HDV(Beta)|18min15sec

SYNOPSIS

40대 초반의 상호는 강제 철거를 앞 둔 낡은 아파트에 살며 다른 아파트 경비 일을 한다. 지금 사는 동네가 좋다고 멀리 이사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어린 딸의 말에 마음이 무겁지만 일을 마치고 늦게 돌아온 아내와 형편이 어려워 멀리 떠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건내고 딸은 잠들기 전 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얼마 뒤 이사를 떠나기 전 추억을 되새기고자 그 아파트에서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며 아파트 옥상에 올라 가족사진을 찍는다.

DIRECTING INTENTION

도심 재개발로 인해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서민들의 팍팍한 삶에 대하여 되돌아 볼 수 있기를 바랬음.

DIRECTOR
신정철

신정철

STAFF

연출 신정철
연출부 김은경, 김기택, 선우문영
제작 박경인
각본 신정철
촬영 신정철
편집 신정철
조명 김수경, 김용태
미술 김윤홍, 김윤경
음향 서상완
음악 김미숙
영문자막 한화윤
출연 윤상호, 김정은, 이윤정, 차명욱

PROGRAM NOTE

재개발만큼 한국사회의 빈부의 격차를 뚜렷하게 드러나게 하는 단어가 있을까. 누군가는 쾌재의 미소를 짓고, 어떤 사람들은 당장에 살 곳을 빼앗긴다. 나 역시 어쩌면(?), 그런 종류의 검은 웃음을 지을 날이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지만, 옥탑방을 모르는 어느 정치인의 것처럼 도대체 실체가 잡히지 않는 상상이다. 각설하고. <물처럼 느린 시간들>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서울에 살고 있고, 부부는 맞벌이를 하며, 은하는 친구들이 많은 동네에서 명랑하다. 가족은 넉넉하진 않지만, 한강이 바라보이는 풍광 좋은 아파트에서 느리게 흐르는 강물 볼 수 있어 행복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가족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운다. 집을 구하러 다니는 아버지의 동선을 따르니, 아니다 달라 정확히 재개발이다. 저 너머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그곳의 좌표는, 그렇구나! 용산이구나. 대자본이 건설한 높은 고층 아파트 사이에, 용케 남아 있는 낡은 아파트는애초부터 시한부였으리라. 그렇기에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깊은 한숨을 쉬며 벌써 그곳을 떠났고, 은하네 가족도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거부했을 때 닥치는 결과는 저 너머 동네에서 함께 살아가던 이웃들이 피눈물 나게 보여주지 않았는가. 그래도 낡은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했다고 회고하는 착한 가족. 단란하게 옥상 위에서 가족사진을 찍고, 두물머리에서 맛있는 김밥을 먹고 돌아온 가족은 이내 짐을 싸서 서울 외곽으로 떠날 것이다. 부부는더 고단하게 일터와 집을 오가야만 하고, 친구들을 새로 사귀어야 하는 은하는 커가면서 조금씩 자신이 속한 계급을 알아가게 될 것이다. 가족들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낡은 아파트 옥상위에 섰을 지도 모른다. 그 풍경을 오래 오래 기억하기 위하여! 서울은 가난한 사람들에겐 더 이상 아름다운 풍경조차 허용하지 않는구나. 달동네도, 은하네 낡은 아파트도 사라진 서울은 정말 행복할까?

김동현 / 서울독립영화제2010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