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경쟁단편

이승현 | 2018| Fiction | Color | DCP | 34min 50sec (E)

SYNOPSIS

연극배우 민상은 며칠 전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무작정 그와의 추억이 있던 제주도로 떠난다.
연기를 포기하고 가족들이 있는 고향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야하는 민상.
아버지와의 향수를 좇아 여행하던 민상은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지홍을 만난다.
복잡한 심정의 민상과 다르게 왠지 해맑은 지홍. 안 어울리는 듯 어울리는 둘의 웃픈 동행은 시작된다.
날이 저물고 해변에서 술자리를 갖는 둘, 깊어가는 대화에 민상은 지홍의 과거에 대해 듣게 된다.
다음 날, 지홍은 떠나고 홀로 남은 민상은 지홍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현실과 이상의 기로.아버지의 전화 한통으로 그 기로에 놓여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
어떤 결정도 하지 않은 채 제주도로 떠났다.자본주의 속에 본질보다 물질을 좇으며 변해가는 제주도를 만났고,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이 이야기는 ‘이상을 포기하고 현실을 살려는 자’, ‘현실을 뒤로한 채 이상을 좇으려는 자’가 여행이란 일탈 속에서 마주하고 각자의 처지를 이해하며 동행한다.
그렇게 ‘민상’은 ‘지홍’을 통해 조금씩 치유된다. 이 시대의 수많은 ‘민상’에게 나지막한 응원을 전하고 싶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이승현

이승현

2011 <결국 아무것도 아니다.>

2012 <달콤한 인생

 

STAFF

연출 이승현
제작 이승현
각본 이승현
촬영 이승현
촬영지원 김수영, 김민국, 김지선
편집 이승현, 성민철
조명 이승현
음악 손열매
출연 조민상, 윤지홍

PROGRAM NOTE

무게로 부피로 질량으로 아픔을 가늠하고 싶다는 헛된 꿈을 꾼 적이 있다. 모두가 아프지만 내가 더아프고 특별해서 네 아픔은 별게 아니라는 착각. 아픈 이는 아픈 이를 볼 수 있지만, 자기연민에 빠진 이는 그렇지 못한다. 아픈 이처럼 자기연민에 빠진 이도 뭔가를 찾으려 헤매고 채우려 한다는 면에서는 언뜻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는 걸 안다. ‘민상’은 어떤가? 아버지의 죽음 이후 배우 생활을 그만두고 아버지가 하던 일을 떠안아야 하는 민상과 연극 동호회 활동을 하며 알게된 동호회 회장의 죽음을 잊지 못하는 지홍, 두 사람은 망자에 대한 추억이 있는 제주도에 온다. 두사람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우연히 만나 여정을 함께 한다. 민상은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싶음이 간절한데 지홍은 귀찮을 정도로 넉살 좋게 다가온다. 지홍의 아픔을 알 리가 없는 민상은 마냥 행복하고 신나 있는 그가 가볍게만 보여 무시한다. 4:3 화면비에 보이는 제주의 풍광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풍광이라는 것이 보는 이의 내면의 정취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면, 자기연민에 빠진 민상이 보는 풍광이 과연 아름다울 수 있을까? 풍광을 버린 카메라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인물에 집중한다. 검게 그을리고 거친 피부, 슬픔을 머금은 눈빛, 헛헛한 미소, 길 잃은 시선 그리고 짧은 침묵들. 감독은 차곡차곡 그리고 사려 깊게 감정을 쌓아 나간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백미는 두 배우의 탁월한 연기 다. 자칫 유치할 수 있을 후반부의 정류장 화해 장면과 히치하이킹 장면 그리고 오카리나 건네는 장면 등은 두 배우의 밀도 있고 깊이 있는 연기 덕에 잔잔한 감동과 울림을 준다. 감독의 섬세한 연출 력만큼이나 조민상, 윤지홍배우의 발견이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큰 성취가 아닐까.

김중현 / 서울독립영화제201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