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는 피곤해지지 않는다

서울독립영화제2005 (제31회)

본선경쟁(장편)

서해영 | 2004 | Fiction | DV | Color | 69min

SYNOPSIS

진영은 영화과 졸업반이다.
그는 죽다 살아난다.
진영은 자신의 친구의 애인인 희선과 사랑에 빠진다.

DIRECTING INTENTION

이상한 사랑 이야기

FESTIVAL & AWARDS

2003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서해영

2003 <날개>

STAFF

연출 서해영
제작 황정현
각본 서해영
촬영 황우현
편집 서해영
출연 한받, 오민정, 최보광, 서해영, 최철웅, 박수영, 김혜원, 이성노, 채정우, 오찬우 , 노윤
동시녹음 유수연

PROGRAM NOTE

이상한 사랑이야기라는 이 한 문장이 감독의 연출의도이다. 연출의도의 설명이 없더라도 이 영화는 참으로 이상한 사랑이야기뿐만 아니라 이상한 영화로까지 발전한다. 멜로 영화의 관습뿐만 아니라 기존 극영화의 관습을 철저히 거부함과 동시에 대칭되는 지점에서 이 이상한 영화는 완성된다. 이 영화는 청개구리와 같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적인 관습이나 상식으로 본다는 이 영화는 최악의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최악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감독의 치밀한 계산이 깔려있고 기존에 만들어졌던 영화들에게 보내는 냉소를 찾을 수 있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 ‘어디 나를 즐겁게 해봐, 재미있게 만들어봐’라고 말하는 관객들에게 치기 어린 반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강의실 첫 장면은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구도를 형성하고 중반부까지 카메라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은 제 각각이다. 대사보다 주변음과 소음으로 보는 사람의 귀를 자극하면서 대사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편집 또한 인물이나 내러티브에 집중할 수 없도록 의도적으로 짧게 때론 지나치게 길게 하면서 보는 이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어떤 장면에서는 NG와 같은 장면을 넣어서 관객을 더욱 당황스럽게 만든다. 감독이 만든 인물도 평범하지가 않다. 캐릭터의 매력을 찾아 볼 수 있는 행동이나 대사는 철저히 배제한 채 엉뚱한 대사와 행동으로 영화에 더욱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영화가 점점 진행되면서 익숙했던 기존의 영화감상법들이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고 <바보는 피곤해지지 않는다> 만의 영화감상법이 새로 생기는 것이다. 이 영화는 항상 수동적인 관객을 적극적으로 이 영화를 이해하도록 다가서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감독은 이상한 사랑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관습법처럼 사용되던 영화문법을 해체하고 바보처럼 영화 만들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 시도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윤영호 / 서울독립영화제200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