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
서울독립영화제2004 (제30회)
장편경쟁
윤영호 | 2004 | Fiction | DV | Color | 95min
SYNOPSIS
한강고수부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각자의 아픈 과거를 안고 도시 부랑자 생활을 하는 3명의 남자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라반. 마도로스. 석치. 그들은 스스로 극복하기 힘든 과거의 아픔을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면서 살아간다.
이 도시가 언제 붕괴될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콘크리트를 밟지 않고 이 도시를 떠나는 방법을 찾고 있는 라반,
지하철에서 껌을 팔면서도 항상 바다를 꿈꾸는 마도로스,
어릴적 부모의 학대로 지체아가 된 순수한 석치.
이들 앞에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청아가 나타난다. 이들은 라반이 말한 바이칼을 생각하며 언젠가 그곳에서 살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DIRECTING INTENTION
현대화된 도시공간에 살면서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낼 생각이었다. 도시라는 공간이 만들어 내는 소외와 공포, 그것에 상처입고 병들며 전염되어 가지만 정작 도시를 벗어나려고 할 때는 그 길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중심으로 한다. 이 영화에서 도시는 또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풀 한 포기도 자라지 못하는 삭막한 황무지와 같은 곳. 하지만 마치 개미굴과 같은 이 도시생활에서 꿈마저 없으면 모두가 미쳐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인물들을 설정하였다.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이 공간에서 정신적 육체적 상처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상처들은 이 도시를 벗어날 때만이 치유될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여길 벗어나는 길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바이칼은 이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각기 마음속의 순수함을 향한 그리움이 아닐까 한다.
FESTIVAL & AWARDS
제1회 CJ아시아인디영화제
DIRECTOR

윤영호
2000 <바르도> |
STAFF
연 출 윤영호
제 작 윤영호
스 탭 최영민, 권유경, 이상훈
출 연 장혁진, 서지희
PROGRAM NOTE
이 영화는 현대인들의 상처에 대한 기록이며,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이다. 한강고수부지 한편에 각자의 사연을 가슴 한 곳에 묻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라반, 마도로스, 석치이다. 라반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으로 애인을 잃었고, 마도로스는 삼청교육대에 끌려가서 모진 훈련(?)으로 장애인이 되었다. 석치는 광신도 어머니 품에서 학대를 받아 정신지체아가 되어다. 이 세 명은 서로에게 의지해가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 에이즈에 걸린 청아가 나타난다. 그리고 마도로스 앞에 자신을 훈련시킨 교관이 나타나고, 석치가 그를 죽인다. 결국 선원인 꿈이었던 마도로스는 한강 근처의 배 모양의 건축물에서 자살을 하고, 청아는 그동안 품어온 사랑하는 이의 유골을 강에 뿌리고 그 자신도 씨앗을 몸에 간직한 채 죽는다. 영화의 마지막은 라반과 석치가 길을 떠나고 그녀의 무덤에 작은 싹들이 자란다. ‘샤먼의 호수’라고 불리는 바이칼은 세계 최대의 담수호이다. 바이칼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바이칼을 ‘바다’라고 말한다. 태고의 순수를 가지고 있는 결정적인 단어인 바이칼은 찾아 가야할 고향 같은 존재로, 인간이 만든 거대한 성채 도시-문명과 대비되는 마음의 지향이다. 영화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비교적 단순하다. 현대사회의 모습과 상처,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이들의 이상이 공존하는 도시. 도시에 사는 이들에겐 정신적, 육체적 상처들이 존재하고 그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바이칼로 가야 한다. 여기에서 바이칼은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영매 같은 존재이다. 사막의 이미지로 표현되는 도시는 생명을 내장할 수 없는 공간이다. 따라서 거대한 물의 존재인 바이칼이야말로 도시를 구원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 존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내용이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상처들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화범 서울독립영화제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