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영
서울독립영화제2017 (제43회)
특별장편
이환 | 2017 | Fiction | Color | DCP | 112min 12sec (E)
SYNOPSIS
열여덟 살 여고생 박화영은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집이 있다. 화영은 친구들에게 그 집을 아지트로 제공하며 친구들로부터 ‘엄마’라 불린다. 하지만 친구들은 화영의 집에 드나들면서도 어쩐지 화영을 무리에 끼워주지 않는다. 그런 화영에게는 동네 얼짱 친구 미정이 있다. 미정은 아역 배우 활동을 핑계로 수시로 결석하고, 동네 짱인 남자친구 영재를 등에 업고 친구들 사이에서 여왕으로 군림한다. 영재는 미정이 화영과 어울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화영은 언제나 집에서 미정을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미정이 화영의 집에서 다른 남자와 관계를 했다는 것이 들통나고 영재는 화영에게 책임을 물으며 폭력을 행사한다. 그날 밤 미정은 화영에게 진짜 ‘엄마’가 되어 달라고 제안한다. 하지만 화영이 미정의 ‘엄마’가 되려 애를 쓸수록 영재의 눈에 거슬리는 일들이 벌어지고, 미정은 화영에게서 더 멀어지는 것만 같다.
DIRECTING INTENTION
인간이 어떤 집단에 속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관계라는 것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친구 관계, 가족 관계, 사회관계, 이성 관계 등... 동시대를 살아가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관계를 맺는 일은 호흡을 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는 그 관계를 유지하고 연장해 나가는 저마다의 방법이 있다. 그 방법들은 누군가에게는 쉽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기형적인 관계 안에서 극단의 사투를 벌이며 생존해 나가는 열여덟 소녀 박화영의 눈과 마음을 통해,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갈등하고 고민에 빠지는 바로 이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FESTIVAL & AWARDS
2017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이환
2011 <지랄>
2014 <집>
STAFF
연출 이환
제작 명필름랩
프로듀서 한승상
각본 이환
촬영 문상원
편집 조현주
조명 이승빈
음악 오도이
미술 유정민
출연 김가희, 강민아, 이재균
PROGRAM NOTE
<박화영>은 10대 청소년들의 극단적인 일탈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박화영은 열여덟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칠게 행동하며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선에 사로잡혀 있다. 가족에게 버림받는 박화영은 학교에 가지 않고 자신의 집을 아지트 삼아 친구를 불러들인다. 그들은 가상패밀리를 구성하여 역할놀이를 하는데, 박화영은 그룹에서 엄마이다. ‘엄마’의 사회적 역할이 그렇듯, 주로 밥과 빨래와 청소를 도맡는다. 선생도 경찰도 무서워하지 않는 그녀지만 이상한 위계에 놓인 불평등한 공생만은 순순히 받아들인다. 무리가 주는 공허한 위안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 쓰는 박화영에게서 단언할 수 없는 인간의 복잡다단함을 발견한다. 묘하게 슬프고 두려운 감정이 인다. 영화는 현재의 박화영이 과거를 회상하는 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과거가 영화의 전반을 차지함에 따라, 오히려 현재가 기시감처럼 비친다. 몸은 현재에 있지만, 정신은 과거에 갇힌 꼴이다. 후반에 그녀를 곤경에 빠뜨렸던 친구 미정과 오랜만에 재회한다. 미정에겐 열여덟이 한때의 장난에 불과하다. 그녀는 성공하여 충실히 현재를 산다. 한 시절을 소재화한 극적 드라마를 넘어, 착취와 이용이 난무하는 관계의 아이러니가 풍경처럼 펼쳐진다. 표현에 있어선 오랜만에 만나는 센 영화로 극장을 나오면 얼얼한 기분이다.
김동현 / 서울독립영화제2017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