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길
서울독립영화제2005 (제31회)
단편경쟁
이우열 | 2005 | Fiction | DV | Color | 14min
SYNOPSIS
햄과 마붑은 네팔과 방글라데시 출신의 이주노동자다.
동생 마붑이 공장에서 다치고 잘리고 형인 햄도 항의하다 잘리고 뭐 그런 과정을 거쳐 악만 남은 둘은 사장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햄과 마붑은 사장집 담과 옆집 사이에 난 조그만 틈에 짱박혀 사장을 기다린다. 틈의 입구는 종이박스로 막아 놓았다. 좀 지나자 지나가는 할머니가 박스를 카터에 싣고 가버린다. 황당한 햄과 마붑. 틈 안으로 밤이 찾아든다. 사장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비좁은 틈 안에서 컵라면에다 소주 까면서 식칼 들고 웅크리고 앉은 햄과 마붑...
DIRECTING INTENTION
이주노동자들은 나쁜 사장님들에게 복수를 하는 상상을 할 때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그런 적은 없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한번 찔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틈에서 좀 빡세기는 하겠지만.
FESTIVAL & AWARDS
2005 제1회 세계청소년 공연축제
DIRECTOR

이우열
2000 <1984, 우리는 합창한다>
STAFF
연출 이우열
연출부 김무진, 유민구, 임채만
제작 이금구, 김동철
각본 이우열
촬영 이상희
편집 이훈규, 함철훈
조명 이정인, 강대경
미술 최미정
분장 박선
음향 방승혁
연기지도 변영국
액션지도 박주일
출연 햄림부, 마붑 아럼
PROGRAM NOTE
외국인 노동자의 수가 43만 명을 넘어서고 국제결혼 부부가 20만 쌍이 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은 더 이상 ‘단일민족’이라는 신화에 안주할 수 없는 사회다. 세계 자본주의 분업 질서 속에서 다른 민족, 인종의 노동력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유지 자체가 위태로워진 준주변부 자본주의 국가로서 한국사회 역시 다인종화, 다문화화라는 세계적 추세를 향해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회는 국내 제조업의 토대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면서도 그들의 인간적 권리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그 결과 양산되는 불법체류자의 비극, 증가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산업재해 등은 이 사회의 수치가 된 지 오래다. <복수의 길>은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대책 없이 해고된 두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복수극을 다룬 영화다. 지금까지 이주노동자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몇 편 있었지만 그들의 마음 속에서만 끓어 오르던 악덕 고용주에 대한 증오심을 복수극이라는 형태로 빚어낸 영화는 아마도 이 영화가 처음일 것이다. 물론 사장집의 담장은 너무 높고 그들의 몸을 숨겨줄 보호막은 너무 허술해 모처럼 의기투합한 이들의 복수가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좁디 좁은 골목에 웅크리고 앉아 라면과 소주병을 까며 복수의 순간을 기다리는 그들의 등, 복수의 밤이 지나고 훤하게 동이 튼 골목길을 터덜터덜 내려가는 그들의 상처투성이 등에서 묻어나는 페이소스는 관객의 마을을 아리게 한다.
맹수진 / 서울독립영화제200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