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명주공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장편경쟁

김기성 | 2020 | Documentary | Color | DCP | 82min 52sec

SYNOPSIS

1980년대 지어진 봉명동 주공아파트는 청주의 1세대 아파트이다. 2008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었으나 시공사 선정 등의 어려움을 겪어 오다 2019년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한다. 마지막까지 재건축사업이 무산되기를 기대하며 버텨 오던 거주민들도 하나둘 이주를 시작하고, 그들이 가꾸던 텃밭과 나무들도 잘려 나간다. 그리고 곧 사라질 그곳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봉명주공을 찾아오기 시작한다.

DIRECTING INTENTION

봉명주공아파트는 다른 아파트단지와는 다르게 1층과 2층의 저층 연립주택 건물들이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어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되는 곳이다. 건물보다 높게 솟아 있는 조경수와 거주민들이 심어 놓은 다양한 종류의 꽃과 과일나무들, 그리고 울타리 없이 이웃 간에 소통하며 지내던 공동체적 생활상은 아파트단지라기보다는 하나의 작은 마을 형태에 가까운 곳이었다. 오랜 삶의 터전을 떠나는 사람들의 애써 담담한 태도를 울창하게 자라 있던 꽃과 나무들의 마지막과 느슨하게 엮어 담아내고자 하였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김기성

김기성

 

STAFF

연출 김기성
제작 왕민철
촬영 김기성, 왕민철
편집 안지환
음악 류승현 (Rainbow99)

PROGRAM NOTE

충청북도 청주의 오래된 아파트 중 하나인 봉명주공아파트는 재건축이 결정되어 철거를 앞두고 있다. 이미 떠나간 사람들과 앞으로 떠나갈 사람들, 그리고 무너질 건물과 잘라 버릴 나무들만 있는 것 같은 이 아파트에 그곳을 기록하려는 이들이 찾아온다.
영화의 공간인 아파트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심플한 제목과는 달리 봉명주공아파트의 존재는 그리 심플하지 않다. 건축적으로도 특이해 보이는 단층 아파트의 존재나 이곳이 지나온 세월을 보여 주는 건물보다 높게 자란 나무들, 주민들이 직접 기른 다종다양한 꽃과 나무들, 그리고 ‘아파트’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마을’처럼 살아온 주민들의 일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특별함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아니라 그 어떤 공간이라 할지라도 재건축은 밝은 미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과 더불어, 세월이 쌓이며 만들어진 사람들의 관계와 그곳의 풍경들, 그러니까 하나의 세계가 사라지게 되는 소멸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임을 말하는 영화가 바로 <봉명주공>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여느 아파트와는 확연히 다른 봉명주공 그 자체이며, 또 하나는 여유로운 화면과 서두르지 않는 편집으로 우리에게 속삭이듯 얘기하는 영화의 화법이다.

박광수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