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당신

서울독립영화제2015 (제41회)

본선경쟁 장편

이영 | 2015 | Documentary | Color | DCP | 98min

SYNOPSIS

다큐멘터리 감독인 나는 “당신은 세상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비난하는 이들을 만났다. 혐오의 시대에 성소수자들은 ‘종북 게이’가,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은 ‘불온한 세력’이 되어간다. 주변화된 삶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나는 70세 ‘바지씨’ 이묵의 이중의 삶을, 3ㆍ11 쓰나미로 인해 달라져버린 일본의 레즈비언 커플 논과 텐의 불안한 삶과 만난다. 혐오의 타깃은 사회적 소수자에서 평범한 시민으로 확장되어 가고, 증오를 쏟아내던 사람들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는데….

DIRECTING INTENTION

나는 폭력적 애국주의의 광풍이 불러온 사회적 현실과 그로 인해 밀려나는 삶들을 한 작품 안에 구성해내려고 시도했다. 혐오가 일상이 되어버린 풍경 속에서 ‘불온하다’ 낙인찍힌 삶들은 어떤 생존을 고민해야 할까. 혐오의 프레임 안에서 성소수자들은 ‘종북 게이’가,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은 ‘불온한 세력’이 되어갔다. 존재에 대한 당연한 요구와 목소리는 사라져야 할 것들로, 나라를 망치는 불온한 목소리로 치부되어 재난의 현실을 구성한다.
영화에서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인물과 사건들은 불온함으로 연결되어 확장된다. 하나의 사건은 또 다른 사건으로, 하나의 삶은 다른 누군가의 삶으로 이어진다. 이 다큐멘터리는 우리의 삶이 타인의 삶과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을지 그 연결고리를 잇고자 하는 시도이자, 삶에 대한 공감과 애도의 자리에서 이 시대의 불온함을 묻고자 한다.

FESTIVAL & AWARDS

2015 제7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 심사위원특별상 수상

DIRECTOR
이영

이영

1999 <상암동 월드컵> 

2003 <나이프 스타일> 

2003 <거북이 시스터즈> 

2005 <이반검열> 

2007 <이반검열 두번째 이야기> 

STAFF

연출 이영
제작 이혜란 홍소인
각본 이영
촬영 이혜란 이영
편집 이혜란 이영
조명 이혜란 이영
미술 이영선
사운드 믹싱 정희진
영문자막번역 조응주
출연 이묵 논 텐 이영

PROGRAM NOTE

 
이 땅에서 성소수자들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와 고민을 꾸준히 카메라에 담아왔던 이영 감독의 묵직한 다큐멘터리 <불온한 당신>은 여전히 가슴에 천을 두르고 ‘남자’로 살아가고 있는 70대 ‘바지씨’ 이묵과 모든 것을 송두리째 흔들었던 3.11 이후 커밍아웃할 수밖에 없었던 일본의 레즈비언 커플, 나날이 강도를 더해가는 혐오와 편견과 마주한 채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현재의 시간을 통해 여전히, 아니 어쩌면 더욱 뻔뻔하고 폭력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소수자에 대한 증오와 편견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소수의 권리를 말하는 집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보수단체들의 모습, 한국현대사에 있어 어쩌면 가장 큰 상처일 ‘세월호’와 그 이후까지 나아감으로써 애국주의와 신앙으로 정당성을 부여받은 무자비한 폭력과 증오가 그저 성소수자만이 아닌 모든 사회적 약자를 향해 있다 이야기한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맹목적인 이들의 증오는 과연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인가. 영화는 카메라 뒤에 서서 이 모든 과정을 묵묵히 담아가다 문득 직접 화면 안으로 뛰어 들어 무차별적인 증오를 퍼붓는 이들을 향해 소리친다. 다수가 믿고 따르는 기준이나 규범, 규칙 안에 좀처럼 포섭되지 않는 사람들과 그러기에 그들은 틀렸고 불온하다 말하는 사람들,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처럼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이들 중 세상에 불안과 혼돈을 심어 흔드는 진짜 ‘불온한’ 이들은 과연 누구인 것인가.

모은영/서울독립영화제201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