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진혁에게 차인 선아는 환상 속에서 진혁과 싸우게 된다.

연인에게 차인 후의 복잡한 감정을 다소 코믹하게 표현해 보고자 했다

Premiere

오래된 연인과의 헤어짐, 그 이후. 영화는 한 여자가 귀뚜라미 우는 공원을 지나가다 (그와 함께 앉아 사랑을 속삭였을) 벤치 앞에 멈추어 서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집으로 돌아온 여자는 컴퓨터에 날짜별로 저장된 수많은 폴더들 안에 담긴 그와 함께했던 추억들과 마주한다. 결국 흘러내린 눈물을 닦으며 모든 파일을 휴지통에 넣는 순간 나타난 그의 환영.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주변을 맴돌며 예전 그 모습 그대로 밝은 목소리로, 남산에서 100일 기념 자물쇠를 걸었던 일, 장미꽃을 선물했었던 일 등의 ‘추억추억 공격’들을 펼치는 남자. 그런 남자에게 여자는 갑자기 전사로 변해 널 생각할수록 자신은 더 강해진다며 회심의 발차기를 날린다. 아파하고 울먹이며 무너질 것 같았던 여자는 같이 있을 게 아니면 꺼져 버리라며 남자를 한 번 더, 보낸다. 몇 번의 반전을 거듭하며 여자의 모습을 따라가는 동안 우리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견뎌 냈던 그 시간들을 생각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간들. 하얗게 지워 버리기엔 까맣게 타 버린 가슴이 아프지만, 안고 가기엔 그 무게가 너무 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순간들.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말로 삭제...하시겠습니까?

문진경/서울독립영화제2012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