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특별초청 장편
박정범 | 2014 | Fiction | Color | DCP | 175min
SYNOPSIS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정철에게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누나와 여자조카, 그리고 그를 좋아하는 진영이 있다. 그는 악조건 속에서 일하면서도 틈만 나면 재해로 무너진 집을 고친다.
DIRECTING INTENTION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살아있기 위해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소비한다. 존재를 위해 빼앗을 수밖에 없는 존재. 그러나 그중 인간은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양심을 지키고 사랑을 믿는다. 이 영화는 인간임을 증명하려는 ‘안간힘’에 관한 이야기다.
FESTIVAL & AWARDS
2014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2014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박정범
2010 <무산일기>
STAFF
연출 박정범
제작 Jay JEONG
각본 박정범
촬영 김종선
편집 조현주
음악 박민영
출연 박정범, 이승연, 박명훈, 신햇빛
PROGRAM NOTE
왕빙의 <이름 없는 남자>에는 가난한 남자가 나온다. 너무 가난해서 그는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고독하고 쓸쓸한 모습의 그에게서 인간의 존엄이 당당하게 느껴지는 것은, 고도로 자본화되고 있는 중국의 공산주의사회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의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산다>의 정철도 그와 비슷한 남자다. 그가 바라는 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뿐이다. 피붙이여서 지켜주고 싶은 누이 수연과 조카 하나, 잠자리를 나누기에 함께 살고 싶은 진영이 한 공간에 머물 수 있다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가 선의 영역이라 가르쳐온 ‘가족, 근면, 돈, 집’을 유지하려면 악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 연약하고 무능해서는 자본주의의 덕목을 지키지 못한다. <무산일기>의 승철이 인간의 순결함을 버린 자리에서, 정철은 싸우고 또 싸우지만 매번 실패한다. 그는 “나는 왜 하나도 가질 수 없냐”고 울부짖는다. 박정범의 영화에서 현실은 언제나 겨울이다. 인물은 혹독한 날씨를 버텨야 한다. 정철은 친구 명훈에게 “봄이 오면 필리핀에 가자”고 약속했었다. 날씨가 따뜻해서 착한 사람들만 산다는 필리핀에, 그들은 가고 싶었다. 문득 정철은 깨닫는다. 여기서 봄을 가꾸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는 돌아선다. 3시간의 응시에 치쳐갈 즈음, 그를 보다 코끝이 찡했다. 얼어붙은 그의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이용철/서울독립영화제2014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