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

서울독립영화제2008 (제34회)

해외초청

필립 그랑드리외 | France|2002|Fiction|Color|35mm|102min

SYNOPSIS

삶의 환멸을 느끼고 있는 미국인 병사 세이무어는 어느 날 작은 나이트 클럽에서 매력적인 멜라니아의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포주에게 납치 되어 온 멜라니아는, 클럽의 비밀스런 방에서 강제로 몸 파는 일을 하고 있다. 속박되어 있지만 신비스러운 매력을 발산하는 멜라니아에게 세이무어는 깊게 빠져들면서 점점 그녀에게 사로잡혀 간다.

FESTIVAL & AWARDS

2007 제8회 서울국제영화제

DIRECTOR
필립 그랑드리외

필립 그랑드리외

1974 <입체파 회화>

1996 <사라예보 귀환>

1998 <어두움>

2002 <새로운 인생>

STAFF
PROGRAM NOTE

필립 그랑드리외의 두 번째 극영화인 <새로운 삶>은 전작인 <솜브르>와 마찬가지로 줄거리를 요약하기가 쉽지 않다. 모호하고 불명료한 이미지들이 대신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야기는 차라리 더 희박해졌다. 대략 간파할 수 있는 이야기란 고작 사라예보가 배경이며 미국인 시무어, 그의 동료인 로스코, 악마적인 마피아, 그리고 창녀 쇼걸인 멜라니아, 이렇게 네 명의 인물이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섹스, 폭력, 죽음에의 충동, 퇴락, 도덕적 모호성, 어둑한 화면이 영화에 부상해 온다. 실험영화라 부를법한 극단적인 영화형식과 표현이 이야기를 대신한다. 흔들리는 카메라, 흐릿한 화면, 정상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난 구도, 영화 전체를 요동치게 하는 대담한 앰비언트 테크노 음악이 너무 강렬해 ‘지진’의 영화라 부르고 싶을 정도다. 카메라가 지나칠 정도로 심하게 흔들리고 깜빡거려 이미지는 안정된 형상을 찾지 못하고 흐릿해지거나 추상화된다. 영화 후반부의 클럽에서 벌어지는 댄스 장면은 그런 엑스타시의 정점으로, 가히 이 영화의 백미라 할 만큼 비트가 강렬해 영화를 보는 이의 몸을 들썩거리고 요동치게 할 정도다. 영화는 또한 관객을 탐험과 여행으로 안내한다. 풍경을 따라가지만 지리적인 여정이라기보다는 감각의 미로를 떠돌게 한다. 세계의 꿈, 최면, 불면, 환영, 몽환, 정신착란, 황홀경을 통과하는 여정. 이는 사라예보의 로스트 하이웨이인가? 그저 자극적인 이미지들로 가득한 실험영화 정도로 이 영화를 치부하는 것은 단견일 것이다. 그랑드리외는 실험을 하는 이가 아니라 탐사, 혹은 진단을 하는 작가다. 그는 카메라를 인간의 몸에 밀착시켜 감각의 지층과 그것의 요동을 탐사하고 진단한다. 영화는 점점 감각, 충동, 공포, 욕망 등의 모든 종류의 정동으로 하강하면서 신경단위로, 그것의 고동과 맥박, 진동을 담아내는 것에 몰두한다. 달리 말하자면 그는 몸의 요동으로 세계를 진단하고 그것의 맥을 짚어내고 있다. 지난 세기의 전쟁과 폭력, 공포를 거친 이후에 과연 우리들에게 새로운 삶은 가능한 것인가? 이 영화는 21세기적 인간이 영혼을 탐사하는 영화다.

김성욱/서울독립영화제2008 해외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