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가 안돼서
단편 쇼케이스
양도혜 | 2023 | Fiction | Color | DCP | 20min (E)
SYNOPSIS
‘동혁’과 결혼하여 과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주 여성 ‘아야’는 체한 것 같은 증상을 느낀다. ‘아야’는 과일을 배달하던 중 만난 손님 ‘정희’에게 한 가지 제안을 받는다.
DIRECTING INTENTION
감독 본인은 전통시장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자라 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팔팔한 젊은 층이었던 시장 사장님들은 어느새 백발의 노인이 되었다. 그들의 자녀이자, 소위 ’한국 사람이 낳은 한국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기피하게 되면서 전통시장의 젊은 노동 인구가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온 이주민들로 채워지게 되었다. 외국인 노동자를 바탕으로 탄생하게 된 ‘사장님, 나빠요~’라는 10년도 더 지난 개그 유행어를 아는가? 이제는 그들도 고용인이 아닌 엄연한 ‘사장님’이 되었다. 하지만 세월이 변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차별은 여전히 그들을 괴롭힌다. 그러한 배경 속에서 ‘표현이 서툴거나 할 말이 있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그들이 아끼고 아껴 결국 하지 못한 그 수많은 말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속에서 병이라도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에서 이야기가 출발되었다.
FESTIVAL & AWARDS
2023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2023 제11회 디아스포라영화제
2023 제6회 전주가족영화제
2023 제19회 인천여성영화제
2023 제12회 브라질 한국영화제
DIRECTOR

양도혜
STAFF
연출 양도혜
제작 유현창
각본 양도혜
촬영 전병주
편집 김영덕
조명 김상욱
미술 고유진
동시녹음 홍세련
사운드 홍성준
D.I 전병주
출연 안스완, 조성현, 오지영
PROGRAM NOTE
아야(안스완)는 속이 좋지 않다. 남편은 뭘 잘못 먹은 것 같다며 손가락을 따 주겠다고 바늘로 콕 찌르지만, 검은 피 대신 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체한 게 아니다. 아야는 남편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어서다. 한국으로 시집와 남편 말고는 아는 사람도 없어 어디 하소연도 못 하다 보니 그게 마음에 쌓여 자주 가슴이 막힌다. 그런 아야가 처음이자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상대는 일면식도 없던 정희(오지영)이다.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아야에게 과일을 시킨 게 인연이 되어 둘은 처음 만났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정희는 아야가 말도 없이 결석하자 그녀를 찾아가 그동안의 사정을 듣는다. 아 다르고 어 다른 한국말은 어떨 때는 사전적인 의미와 다른 속뜻을 품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 영화는 ‘소화가 안 된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한국어가 유창하지 않은 외국인이 설명하기 어렵고 주변에도 쉽게 알릴 수 없는 상황을 사연으로 꾸며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를 살핀다. 그럴 때 필요한 건 일종의 연대인데 여자라는 점만 빼면 어디 하나 공통점이 없는 아야와 정희가 한쪽의 아픔을 공유하고 한쪽의 위로를 앞으로 살아갈 동력으로 삼는 모습에서 함께 산다는 것의 가치를 다시금 절감하게 한다. 삶이 지닌 양면성을 경험한 아야는 한국에서의 삶을 더 잘 적응할 것임은 물론 한국어에 대한 이해가 더 높아질 것이다. 아니나 달라, 그간 겪었던 일을 라디오에 편지를 써서 붙이는데 거기엔 붉으스름한, 푸르스름한과 같은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허남웅 / 서울독립영화제2023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