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修羅)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새로운선택 단편

정해지 | 2020 | Animation | Color | DCP | 5min 36sec (E)

SYNOPSIS

고등학생.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임신을 했다.

DIRECTING INTENTION

어릴 때 겪었던 친구의 임신으로 인한 나의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바탕으로, 고등학교 때 배운 가족 공동체 해체를 표현한 백석의 <수라>라는 시와 접목시켜 작업하였다.

FESTIVAL & AWARDS

2020 제34회 리즈국제영화제
2020 제2회 페이나키베이징애니메이션위크
2020 제18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2020 제22회 비스바덴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2020 제7회 신치토세공항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2020 제16회 인디애니페스트
2020 제22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2020 제50회 지포니영화제
2020 제44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심사위원특별상
2020 제30회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DIRECTOR
정해지

정해지

 

STAFF

연출 정해지
제작 정해지
각본 정해지
촬영 정해지
편집 정해지
출연 한가람, 김신이, 육현주, 류시준, 이단우

PROGRAM NOTE

시인 백석의 <수라>는 “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로 시작한다. ‘수라’는 ‘아수라’의 다른 말로 끔찍하게 흩어진 현장을 말한다. 백석은 일제강점기 당시 나라 잃은 한국인의 처지를 일인칭 화자 시점으로 거미를 매개 삼아 바깥으로 내몰린 가족의 상황에 빗댔다.
애니메이션 <수라(修羅)>의 화자는 여고생 ‘나’이다. ‘나’는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던 중 바닥에 있던 거미를 밟아 죽인다. 함께 있던 친구 다연은 죽은 거미를 손에 들어 변기 물속에 넣고는 조심스럽게 보내 준다. 그러면서 ‘나’에게 하는 말, “나 임신했어.” 다연과 산부인과에 동행한 ‘나’는 여고생의 임신에 티 내어 내색하지 않는 주변의 시선이 불편하고 이를 감내하는 친구 다연이 안쓰럽다. ‘나’가 보기에 이 상황을 저 혼자 버텨야 하는 다연의 사정이 꼭 거미줄에 걸려 힘을 쓰지 못하는 거미 같다. 도움은커녕 관심조차 없으면서 비아냥의 시선과 비난의 언어로 힘없는 개인을 사지로 모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그러고 보니 ‘나’는 바닥의 거미를 무심코 죽인 일이 맘에 걸린다. 비 오는 날, 고인 물 위에서 버둥거리는 거미의 처지가 이제는 달리 보인다. 다연이 직면한 상황에서처럼 꺼내어 살리고 싶지만, 무력한 ‘나’가 할 수 있는 건 백석의 시를 읊으며 위선의 시대를 증언할 뿐이다. <수라(修羅)>는 백석의 시를 바뀐 시대상과 변화한 상황에 맞춰 재해석한 이야기와 이미지의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이다.

허남웅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