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3 (제39회)

본선경쟁(단편)

윤이나 | 2013 | Documentary | Color | HD | 25min 28sec

SYNOPSIS

노숙은 골목길 같다. 가 볼 필요도 없고 가 본 적도 없는 그런. 노숙인은 하나의 폄하된 인간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누군가는 그 골목 어귀를 지나가고 있고, 이미 지나왔고, 그 골목에서 살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가 본 적 없는 골목길에 대한 이야기다. 노숙의 이미지를 걷어 내고 그들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개인의 역사가 드러났다.

DIRECTING INTENTION

이것은 노숙인의 이야기다. 그들의 비참한 환경이 아닌 그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서울역에서 나는 그들의 이미지를 좇지 않기 위해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인생의 다양한 결이 담긴 그들의 목소리에서 나는 무언가를 느꼈고 영상에 그것을 담고자 했다.

FESTIVAL & AWARDS

2013 제13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2013 제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DIRECTOR
윤이나

윤이나

STAFF

연출 윤이나
제작 윤이나
촬영 윤이나
편집 윤이나

PROGRAM NOTE

낮이거나 혹은 밤인, 해가 나거나 혹은 비가 오는, 지친 얼굴의 사람들이 지나가거나 때에 전 짐이나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놓인 골목길. 그 위로 누군가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들은 아주 담담하고 나직한 말투로 각자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행복했던, 슬펐던, 두려웠던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짧은 다큐멘터리 <시>는 서울역 주변에서 만난 노숙인의 이야기이다. 노숙인의 이야기를 담아 ‘보여’ 주는 영화는 꽤 많았지만, 오로지 목소리로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 영화는 흔치 않다. 영화 속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전하는 이야기는 구체적인 줄거리 없이 하나의 작은 파편처럼 존재하지만, 가만 듣고 있자면 마치 한 사람의 사연인 듯 자연스레 이어진다. 그리고 이들의 사연은 여러 얼굴을 가진 좁고 누추한 골목길 위에 슬쩍 얹혀 있다. 아마도 주인공들의 이야기 속 사건들은 그 비슷한 어딘가에서 벌어졌을 테다. 그 공간은 가난한 사람들의 공간이다. 공간도 사람도 섣불리 가여워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마주하는 이 영화는 마치 한 편의 시와 같다.

허경/서울독립영화제2013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