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광주와 1998년 5월 자카르타, 민주주의의 탄생을 촉발한 두 사건을 배경으로 영화는 그 여파 아래 놓인 개인들의 기억을 모은다. 두 사건은 군사적 폭력이 사회의 자유를 어떻게 억압하며, 그것이 국가 권력에 의해 어떻게 자행되는지를 보여 준다. 영화는 당시 극장 티켓 판매 직원들의 일상을 따라가며, 그들이 들은 말과 들려온 목소리를 통해 사건이 남긴 잔상을 좇는다. 전쟁 영화처럼 반복되던 풍경은, 주변인의 기억 속에서 고요히 침전한다. 이 영화는 영화 종사자를 포함한 모두가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데 있어 각자의 역할이 있음을 환기한다.

1980년 5월의 광주와 1998년 5월의 자카르타는 군사 폭력이 어떻게 자유를 짓밟는지를 보여 준다. 시민에게는 지도자를 비판할 권리가 있지만, 그 대가는 억압이었다. 나는 그 시대를 직접 살지 않았지만, 그 사건들이 남긴 파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장에 있었지만 투쟁에 함께하지 못한 사람들은 어떨까. 그들 역시 투쟁의 일부라 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흩어진 개인의 기억을 모아 광주와 자카르타를 연대의 이름으로 잇고, 영화감독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민주주의 수호에 동참해야 함을 일깨운다.

2025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 단편 대상
2025 제4회 우한발린영화제
2025 제24회 도쿠멘터족자카르타다큐멘터리영화제
2025 제20회 족자-넷팩아시아영화제

두 개의 5월이 교차한다. 교차의 장소는 영화관의 스크린이다. <시네마 속 5월>은 그와 더불어 서로 통합할 수 없는 두 가지 관점을 오간다. 하나는 영화관과 스크린이 시공간적 거리를 넘어 역사를 증언하고 차이를 관통하는 장소로 잔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주요한 정치적 토론의 장소였던 광주극장과 1998년 5월 자카르타 폭동이 벌어졌을 때 대피소로 기능했던 인도네시아 부아란 극장. 이 영화는 서로 다른 국가 폭력의 기억과 가능한 항의의 방법을 스크린에 되살린다. 또 다른 하나의 관점은 영화적 장소와 증언의 잔존에도 불구하고, 그 참혹한 기억을 스크린에 온전히 되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아카이브 이미지와 증언의 내레이션으로 채워져 있지만, <시네마 속 5월>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재현적 이미지와 사운드가 아니라 생성된 AI 이미지다. 우리의 기억과 정치적 가능성을 생성된 디지털 이미지로밖에 재현할 수 없을 때, 그 기억과 가능성은 얼마만큼의 존재론적 당위를 획득할 수 있을까? <시네마 속 5월>은 재현과 생성을 둘러싼 이미지의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존재론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김병규 / 서울독립영화제202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