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무기

서울독립영화제2010 (제36회)

국내초청(장편)

이강길 | 2010|Documentary|Color|HD|115min

SYNOPSIS

한 때 조기파시로 명성을 날리며 ‘지나가던 개도 돈을 물고 다녔다’는 주민들의 추억담만이 전해지는 전라북도의 쇠락한 소도시 부안군 위도, 이곳에 지난 2003년 때 아닌 개발의 광풍이 불었다. 수십 년간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진행했지만 번번이 유치실패에 부딪혔던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유치지역으로 부안의 작은 섬 위도가 급부상 한 것, 하지만 낚시꾼이 던진 현금보상설과 부안군수의 일방적인 유치신청으로 시작된 방폐장(핵폐기장) 유치 결정은 급기야 생업도 포기한 부안 주민들의 방폐장 유치 결사반대 투쟁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위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유치 결정에 맞선 부안 주민들의 3년 여 간의 싸움...
결국, ‘위도 주민 1인당 5억원의 현금보상설’이라는 유언비어에 속아 방폐장 유치신청에 동의했던 위도주민들마저 반대로 돌아서며 부안은 국책사업 유치결정을 두고 사상초유의 주민투표를 진행한다. 지역이기주의, 님비현상이라는 언론과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그들은 왜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을까. 또 다른 주민투표 경쟁을 통해 방폐장을 유치한 경주의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미국산 소고기 반대 촛불집회, 용산참사, 4대강 사업을 보며 2003년 부안항쟁을 떠올린다는 부안 사람들, 정부지원금을 미끼로 주민투표라는 형식적인 절차를 내세워 지역 간 줄 세우기 유치경쟁에 나섰던 국책사업 유치전은 아직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야만의 무기’, 그 실체가 아닐까. 부안항쟁, 못 다한 이야기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 여기 있다. 그리고 우리들의 생활 속에 밀접하게 기생하는 현실을 볼 수 있다.

DIRECTING INTENTION

인구 7만이 안 되는 조그만 소도시 부안에서 2003년부터 3년 여간 방사선 폐기물 처분장 유치를 놓고 벌어졌던 이른바, ‘부안항쟁’은 나에게 큰 감동과 충격 이었다. 가장 민주화된 정권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것은 ‘잘살아보 자’는 새로운 새마을운동인 재개발과 4대강사업 등의 모든 국책사업에 여전히 유효하게 작용하며 새로운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다. 시간이 흐른 지금, 부안항 쟁은 서서히 기억이 아물 한 사건쯤으로 인식되어져 있다. 그러면, 우리 기억 속이 아물 한 만큼 이 땅의 민주주의는 발전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정말 잘 살고 있는 걸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한반도의 변방 조그만 소도시가 몸소 보여 준 ‘부안항쟁’에서 찾기 바라며...

FESTIVAL & AWARDS

2010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이강길

이강길

STAFF

연출 이강길
책임프로듀서 이헌명

PROGRAM NOTE

영화 <야만의 무기>는 전북 부안군 위도에 핵폐기장을 설치하기로 결정되면서 시작된 부안군민들의 기나긴 싸움을 그린 작품이다. 부안주민들의 의견은 한마디도 듣지 않은 채 부안군수는 유치신청을 했다. 그리고 주민들의 반대는 님비현상으로 치부해버리고, 어마어마한 지원금이 쏟아질 것 처럼 거짓말까지 흘리며 주민들을 회유.분열시키고, 경찰을 이용하여 집회현장의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며 밀어붙였다. 이런 정부의 모습은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가깝게는 4대강부터 멀게는 새만금간척사업까지 국책사업이라 강조할수록 더 익숙하게 접할 수 있는 정부의 태도와 방식이다. 결국 핵폐기장 문제는 유치신청도시들의 막가파식 찬성률 높이기 경쟁 속에 ‘민주적인 주민투표’를 통해 경주유치가 결정되었다. 부안에 들어설 것 같았던 핵폐기장이 경주로 가게 되어 부안군민들은 이제 안심하고 잘 수 있게되었을까? 주민들의 직접투표로 결정되었으니까 핵폐기장 건설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된 것일까? 5년 전 압도적인(?) 찬성률로 핵폐기장 유치를 결정한 경주에서는 무사히 공사가 진행되고 있을까? 부안에서 활동하며 새만금간척사업과 부안핵폐기장건설사업을 오랫동안 직접 지켜보며 영화로 기록해온 이강길 감독의 종합보고서와도 같은 <야만의 무기>는 부안핵폐기장을 상식 이하의 비민주적 방식으로 관철시키려는 정부의 태도와 그것에 반대하는 부안군민들의 3년간에 걸친 투쟁을 기록하는데서 멈추지 않는다. 핵폐기장은 부안 위도 뿐만이 아니라 이 땅 어디에도 안된다는 부안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마이크이며, 긍정적인 부분만 과장된 채 그 위험성은 언급되지 않는 ‘핵에너지’에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하는 발제문이며, 새만금에서 시작되어 4대강에 이르기까지 돌이킬 수 없는 파괴를 가져올 대규모국책사업을 국민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국가권력을 심판대에 세우는 도발적인 고소장이기도 하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야만의 무기>는 ‘야만스러운 무기’ 또는 생명과 환경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는 ‘야만적인 것들이 사용하는 무기’일 수도 있다. 영화의 제목이 어떤쪽이어도 상관은 없다. 야만의 무기는 결코 야만적인 얼굴을 하고 나타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핵폐기장의 경주유치결정은 대의민주주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투표”로 결정되었다.

박광수 / 서울독립영화제2010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