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자들
서울독립영화제2008 (제34회)
장편경쟁
손영성 | 2008|Fiction|Color|35mm|91min
SYNOPSIS
친구의 장례식장에 모인 동창들이 상태란 인물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양민학살 현장인 금정굴을 연구하는 역사학도. 하지만 허위적 인상으로 남아있는 이상한 선배. 어쩌면 동창들의 기억 속에서 그는 인생의 가장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동창들은 상태의 진심을 찾는 것도 아니면서 결코 회상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언제 멈출 수 있을까. 맛있는 식사로 허기를 채울 때까지?
DIRECTING INTENTION
한 역사학도에 관한 회상들로 이뤄진 이 영화는 사실관계로부터 굴 파듯 한참을 내려가지만, 그럴수록 사실은 변질되고 환영처럼 사라집니다. 사실관계는 더 이상 중요치 않습니다. 저는 그런 당황스런의 쾌감이 이 영화에서 표현되길 바랍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자유로운 표현과 통일적 구성이라는 대척점의 딜레마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드러나지 않는 그런 고민의 흔적 또한 이 영화의 얼굴들 중 하나입니다.
FESTIVAL & AWARDS
2008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손영성
2002 <상암동 월드컵>
2004 <우연의 놀이>
2005 <가려워>
2005 <죽은개>
STAFF
연출 손영성
제작 송재영
각본 손영성
촬영 박홍렬
편집 이정민
조명 이선영
음악 강민석
음향 STUDIO SH
출연 김태훈, 박병은, 염지윤
PROGRAM NOTE
학살현장 금정굴의 역사를 연구하며, 역사의 진실을 탐구하고자 하는 상태와 금정굴의 이야기를 값싸 보이는 소설을 써보려는 병태는 군대에서 만난 사이다. 어느 날 갑자기 병태가 죽어 상갓집에 모인 친구들은 믿을 수 없지만 상태형이 병태를 죽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눈다. 상태와 병태를 지켜본 친구들의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영화 <약탈자들>은 물고물리는 사건과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의 잔치를 벌이는 작품이다. 동시에 이야기 자체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병태의 죽음을 둘러싸고 상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들이 시작되고, 증언이 이어질수록 병태의 죽음과 상태에 관한 사실들은 진실에서 이탈하기 시작한다. 상태와 병태가 금정굴의 역사를 두고 언쟁하는 것처럼 카페 ‘약탈자들’인 친구들은 병태사망사건의 진실보다는 상태를 범인으로 단정 짓고, 그에 대한 회상과 이야기들로 상태의 삶 자체를 약탈하고, 재구성해버린다. 약탈자인 그들에게 이미 상태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행동을 어떤 의도로 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린다. ‘말 되는’ 이야기의 열기가 영화 끝까지 식지 않는데다 그 이야기들을 진짜 ‘그럴싸하게’ 들려주는 배우들 연기의 힘까지 받쳐주는 <약탈자들>의 재미는 상영시간 내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관객들이 스스로 영화 속 이야기들을 재구성해보는 재미만으로도 이 영화의 미덕은 충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서사가 주요한 구조로 자리 잡고 있는 ‘영화’라는 매체가 담고 있는 이야기의 사실과 허구에 대한 실험이며, 그 너머에 있는 진실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박광수/서울독립영화제200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