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어조

서울독립영화제2004 (제30회)

독립장편특별전

조범구 | 2004 | Fiction | DV | Color | 102min

SYNOPSIS

고등학생인 익수, 일수 수금을 하는 종태, 덕팔은 강북에 사는 19세 청년들이다. 어느날, 종태와 덕팔은 익수와 함께 미팅을 하게 되고, 그 여자들과 하룻밤을 보내는 동안 익수의 어머니가 현진과 사채업자 선일이 탄 차에 교통사고로 죽는다. 익수는 어머니의 보험금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DIRECTING INTENTION

1998년 외환위기로 비롯된 경제 불황으로 빚을 감당하지 못한 부모님의 작은 건물이 경매로 넘어갔다. 은행부터 사채, 카드깡, 일수... 등 융통 가능한 돈은 다 빌려 썼던 터라 약 30여명의 채권자들이 집을 찾아왔고, 그 사람들의 대부분은 많이 거칠었다.
경매집행 되기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언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몰라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면서, 다양한 채권자와 세입자들의 욕설과 협박, 사정... 등을 경험하면서 어쩌다 다들 이렇게 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손해 본 사람은 많은데, 돈을 번 사람도 없는 것 같은 아이러니한 구조...
빚만 해결되면 행복해질 수 있는데...
뭐 그런 생각을 하다가, 유산으로 물려받은 약 1억 5천의 돈으로 연인과 친구 빚 다 갚아주는 철딱서니(?) 없는 영웅, 그로 인해 여러 사람이 조금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다.

이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각각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보는 이에 따라서 그 과정이 구질구질할 수도, 답답할 수도 짜증날 수도 있겠지만, 경험의 대부분은 실패의 기록이고, 실패를 해도 사람은 성장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 상처를 잊지 않는다면 그만큼 실수하고 상처받는 일들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FESTIVAL & AWARDS

2004 영화진흥위원회 디지털 장편영화 제작지원작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파노라마 부문
제1회 CJ아시아인디영화제

DIRECTOR
조범구

조범구

1996 <장마>
2000 <어떤 여행의 기록>
STAFF

연출 조범구
프로듀서 서지현
각본 박수진
촬영 김대선
아트디렉터 안성현
편집 김형주, 박용준
음악 김성현
출연 여민구, 김종태, 최석준

PROGRAM NOTE

집이나 가족, 연인과 같은 미시적 소재를 주로 다루었던 한국 독립영화의 전통에 비추어 보았을 때 <양아치어조>는 지역과 자본, 계급의 문제로 독립영화의 시야를 넓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처음에 세 양아치들의 일탈과 폭력을 보여주지만 영화의 관심사는 학교의 울타리를 멀찌감치 벗어난다. 주인공 익수가 졸지에 어머니를 잃고 1억 5천 만 원의 거금을 손에 쥔 순간, 영화는 미성숙하고 혈기왕성한 청춘들의 사회 적응기로 방향을 선회한다. 틴에이지 장르영화의 관습에 매몰되지 않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텍스트의 결을 두텁게 하면서 세 양아치들의 삶을 팍팍하게 만든다. 주인공들이 강북에서 강남으로 넘어오는 과정은 막막하고 녹록치 않은 현실의 ‘차이와 반복’이다. 강남에서 맞닥뜨리는 ‘강북 출신’에 대한 차별과 냉대의 시선이 ‘차이’라면, 강북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할 것 없는 자본의 폭력이 ‘반복’이다. 자본의 악순환은 세 양아치들의 삶을 촘촘하게 엇물리면서 그들의 막다른 골목을 노출한다. 강북에서 사장의 돈을 빌려 강남에서 일수 사업을 하던 종태는 하숙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통에 사장에게 원금을 갚지 못하게 되자 막막한 지경에 처한다. 익수와 동거생활을 하는 술집여자에게는 수천 만 원에 달하는 빚과 폭력적 협박이 따라다닌다. 가스배달부터 호스트바까지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는 덕팔은 종태 하숙집의 야구선수 작은아들과 실랑이를 벌여 합의를 요구당하는 처지에 몰린다. 영화는 양아치를 다루는 상업영화들의 허황된 영웅주의와는 다른 방식으로 인물들의 힘겨운 상황을 해결한다. 익수는 친구들과 주변인(술집여자)의 구세주가 되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한 거창한 사명감도 없고 돈에 대한 현실적 탐욕도 없다. 감독은 양아치들의 요지경 같은 ‘강남 체류기’를 통해, 철없는 청춘이 ‘겉멋’만으로는 각박한 세상을 살아갈 수 없음을 보여주면서 위로와 희망의 가능성을 남겨놓기를 원한다. 양아치의 정의부터 시작하여 영화의 결말까지 논평해 주는 어른의 목소리(안성기)와 익수의 미숙한 내레이션 사이의 간극은 주인공들에 대한 반성과 애정 모두의 흔적이다. 주인공들이 다시 강북으로 돌아오면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광경을 포착한 롱 테이크의 결말장면은 반성에서 애정으로의 이행을 진솔하게 전달한다. 김지훈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