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멍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특별장편
고훈 | 2018| Fiction | Color | DCP | 95min 19sec (E)
SYNOPSIS
율의 아버지 제삿날. 자식들에게 아버지는 술과 책을 좋아했던 로맨티스트였지만 숙자에게는 한량 남편일 뿐이었다. 숙자는 남편을 닮아 되도 않는 시나리오를 쓴답시고 설쳐대지만 실상은 술 먹고 음주운전하며 사고나 치는, 철 안 든 아들 율이 걱정이다. 어느 날, 율은 숙자가 말기암이며 모든 치료를 거부했다는 걸 알게 된다. 이웃 해녀의 장례식이 있던 날, 숙자는 자신의 장례식에 쓰라며 율에게 통장을 내준다. 율은 내 영화가 나올 때까지 살아 있으라고 화를 낸다. 그날 밤, 율은 피를 흘리며 고통 받는 숙자를 태우고 병원으로 향한다. 며칠 뒤 동네 노래자랑에 나가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노래 부르는 숙자를 바라보는 율. 율은 결국 영화를 포기하고 매제에게 취직을 부탁한다. 꿈을 접는 아들에게 안타까움과 동시에 안도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숙자는 평소처럼 해녀들과 물질을 나간다. 잔잔하고 반짝이는 그 물결 속으로 숙자가 천천히 헤엄쳐 들어간다.
DIRECTING INTENTION
<어멍>은 제주에서 살아가는 해녀 엄마와 이루기 힘든 꿈을 가진 아들의 이야기다. 나는 이러한 보편적인 소재에 제주라는 독특한 자연과 문화를 담았다. 제주 해녀들의 삶과 죽음, 죽음을 그저 삶의 한 부분으로 바라보는 세계관. 이런 세계관이 응축된 제주 해녀 노래와 장례식 문화를 보여줌으로써 겉만 알고 있는 제주에 더 깊숙이 다가가고자 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제주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기를 바란다.
FESTIVAL & AWARDS
2018 제1회 아일랜드 무비 캠프 페스타
DIRECTOR

고훈
2015 <호올스>
2016 <을의 로맨스>
2017 <신혼여행>
2017 <마흔>
STAFF
연출 고훈
제작 최선중
각본 고훈
촬영 서기원
편집 박곡지, 이윤희, 정원준
조명 윤지원
음악 김명종
미술 황인준
출연 문희경, 어성욱 김은주
PROGRAM NOTE
‘어멍’은 제주도 방언으로 ‘엄마’다. 아들이 보는 엄마의 이이야기가 제주도를 배경으로 펼쳐 진다. 영화는 가족 드라마에 죽음을 테마로 하지만, 눈물과 감동이라는 고리타분한 요소들을 절제하고 현실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한층 성숙하게 되는 주인공의 성장 여정을 그린다. 영화 감독 데뷔를 준비 중인 고율은 에로 시나리오를 가지고 영화사의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다. 엄마 숙자는 남편을 잃고 해녀로서 억척같이 살아오고 있다. 각자 따로 생활하던 모자는 말기암 이지만 방사선 치료를 거부한 엄마의 선택으로 인해 함께 생활해야 할 처지가 된다. 글 쓰고술 먹고 책 읽는 한량 같은 아들의 삶은, 일하고 공연하고 이웃들과 엮여있는 바쁜 엄마의 삶속으로 들어가 엉망이 되어버린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슬픔보다 생활의 불편함이 크게 다가 오기도 한다. 계속해서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안타깝다. 이러한 아이 러니한 상황을 만드는 보통사람의 어리석음이란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기에 오히려 연민의 감정을 자아낸다. 엄마의 염원대로 아들을 꿈을 포기하고 생활인이 되어야 하는지, 아들의 걱정과 만류에도 엄마는 해녀로서 살아온 바쁜 일상을 지속할 것인지 끝까지 조마조마하게 만든 다. 꿈과 현실, 그 자체만 해도 버거운데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씌워진 기대와 희망은 사람을 더욱 쪼그라들게 만든다. 영화는 자기반영적인 방식으로, 꿈을 가진 생활인이 가족을 발견하며 스스로 깨닫게 되는 자기인식을 무겁지 않게 그려내는데 성공한다.
정민아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