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서로의 근심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경쟁부문 단편

조성균 | 2014 | Fiction | Color | HD | 14min 59sec

SYNOPSIS

연기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경민은 오랜만에 학교에 와 여러 사람을 만난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수록 그의 고민의 본질은 다른 데 있는 듯하다.

DIRECTING INTENTION

우리의 고민의 본질은 무엇인가?

FESTIVAL & AWARDS

2014 제6회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DIRECTOR
조성균

조성균

STAFF

연출 조성균
제작 조성균
촬영 채정석
편집 조성균
출연 박용우, 조재영, 하윤경, 박세인

PROGRAM NOTE

연기를 하는 경민은 오랜만에 은사를 만나기 위해 학교를 찾아온다. 존경하는 교수의 빛나는 말씀을 듣고 싶어서다. 그는 요즘 근심이 많다. 연기를 할수록 본질이라는 게 뭔지 질문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교수가 약속을 취소하는 바람에, 동뜬 경민은 학교를 배회한다. 본질이란 무엇일까, 하는 고질(高質)의 근심을 늘어놓으며 여자 후배들에게 저질스럽게 추근대다가 결국엔 후지게 질질 짠다. 그가 그토록 알고 싶어하는 자신의 본질은, 표피만을 부유하는 언어 유희 같은 말들이 아닌, 동선 속에서 만나는 인물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태학적으로 드러난다. 익숙한 캐릭터, 익숙한 상황,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들로 인해 시작부터 품었던 의구심은 마지막 순간 타이틀에서 빵 터지고 만다. 어지러운 서로의 근심, 한자로 풀어서 홍상수(訌相愁)는 대놓고 홍상수 영화의 엑기스를 한 데 모아 응축시켰다. 캐릭터와 대사, 이야기의 패턴들 뿐만 아니라, 무심한 와이드 앵글의 원 씬 원 컷, 컷-인의 기능을 하는 투박한 줌인, 형광빛 타이틀롤까지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서 원본보다도 더 원본 같은 복제본이다. 일종의 홍상수 다이제스트라고나 할까? 그래서 원본보다 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이러한 모방 성향은 감독의 또 다른 작품 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은 <폰부스>처럼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장르다. 홍상수와 헐리우드. 정반대의 영화 언어를 가진 두 영화를 완벽하게 필사해냈다는 점에서 감독이 가지는 연출적 스펙트럼이 놀랍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러한 모방들 속에서 조성균 영화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이 작품들이 학교 워크샵 과정에서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다음 작품에서는 그 본질과 마주하게 될지 내심 기대해본다. 

장훈/서울독립영화제2014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