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의 소리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경쟁단편

정민희 | 2018 | Fiction | Color | DCP | 22min 18sec

SYNOPSIS

영석의 할머니는 낡은 유모차를 끌고 다닌다.
할머니를 사랑하지만, 친구들의 시선으로 보는 할머니에 대해
9살 영석은 묘한 부끄러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영석은 할머니의 유모차를 고장 내고 만다.

DIRECTING INTENTION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던 따뜻한 시간.
부끄럽고 아름다운... 유년의 영원한 순간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정민희

정민희

STAFF

연출 정민희
제작 박성호
각본 정민희
촬영 이큰솔
편집 푸른들
조명 이큰솔
음악 황소윤
미술 전수민, 이예원
동시녹음 우성찬
믹싱 이주연
조연출 신혜인
CG 이승훈
출연 구준우, 박정숙, 이성규, 황경, 오동주, 김구슬

PROGRAM NOTE

정민희 감독의 <여름밤의 소리>에는 특별한 사건이 없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건은 분명 어딘가에 잠재하며 꿈틀거리고 있지만 사건으로 표면화되지 않는다. 소년의 삶에서 할머니의 존재가 소멸해가는 과정은 하나의 사건으로 요약되거나 묘사될 수 있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 일 것이다. 그 시간은 서사적 재현의 상투들로 단순화될 수 없기에, 파편적 체험의 흔적들로 감각화할 수밖에 없다고, 이 영화는 조용히 되뇌는 듯하다. ‘여름밤의 소리’라는 제목이 명시 하고 있듯, 할머니와의 마지막 나날들에 대한 소년의 기억은 공감각적 이미지와 사운드로 정 성스레 수놓아져 있다. 쾌청한 여름 하늘의 명암과 끊임없는 매미 울음소리, 탈탈거리며 돌아 가던 재봉틀 소리, 할머니와 나란히 누워 자던 이불의 아스라한 감촉과 냄새, 땀 찬 이마를 기 분 좋게 간지럽히던 할머니의 부채 바람과 볼에 나부끼던 그림자…. 그런 찰나들에 충실한 영 화는 시간을 이야기에 함부로 종속시키지 않는다. 이야기의 시간은 기억이나 감각처럼 때로 는 선명하게 때로는 흐릿하게 순간과 영원 사이 어딘가에서 맴돌고 있다. 소년은 스케치북에 해와 밤하늘의 별과 커다란 나무와 할머니를 그려 놓고 ‘영원한 것들’이라 제목을 붙이지만, 할머니도, 매미 울음소리도, 심지어 우주의 수많은 별도 어느 하나 영원하지 않다. 보는 이로 하여금 때로는 손에 닿을 듯 가깝지만 때로 은하수보다 먼 그 존재들의 시간을 그저 보고 들 으며 느끼게끔 하는 데에 충실한 작품이다.

이후경 / 서울독립영화제201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