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출구

서울독립영화제2016 (제42회)

새로운 선택

안정연 | 2016 | Fiction | Color | DCP| 22min 30sec

SYNOPSIS

현자는 세상에 자기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건물의 미화원으로 일하며 하루하루를 견뎌낼 뿐이다. 또 다시 재계약 시기가 찾아오고, 애써 침묵하지 않으려는 경화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딸을 떠올린다.

DIRECTING INTENTION

흔히들 피 끓는 청춘에 비유하는 삶의 무더위는 지긋한 나이에도 쉽게 가시지 않는다. 자기 발밑의 한 평 땅 조차 없는 사람에게 정의로운 선택이란 어떤 의미가 될까. 현자라는 인물을 통해 나이가 들어가며 더욱 불안해지는 현대인의 부유하는 모습을 조망하고자한다. 외면하는 고통 끝에 마침내 한 발을 내디디며 내는 마지막 순간의 매미 소리 같은 발화를 통해 한여름 무더위처럼 들끓는 삶의 출구를 찾는 순간을 마주하고 싶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안정연

안정연

STAFF

연출 안정연
제작 이승욱
각본 안정연
촬영 김주인
편집 장은진, 안정연, 이승욱
조명 김주인
음악 박정은
미술 김지영
음향 전보성
조연출 장은진
스크립터 정경희
연출부 김지은, 장단비
촬영부 김태준, 김기덕, 강호석
제작부 강창희, 정혜선
출연 김소숙, 이명하, 이상국, 권다예

PROGRAM NOTE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현자는 회사에서 계약 전환과 관련한 요구를 받지만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회사에 맞서 홀로 싸우고 있는 직장 동료 경화를 선뜻 나서 도와주지도 못한다. 영화는 현자의 망설임의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현자가 마주하고 있는 일상 공간의 텅 빈 듯한 공기를 보여줌으로써 노동자로 살아가는 현자의 삶의 무게를 보여준다. 말라가는 화분, 죽은 딸의 닫힌 방문, 그리고 거리에서 마주하는 어쩌면 현자의 미래일지 모를 무력한 노인들의 모습. 이런 풍경들이 보여주는 불안과 무기력, 그리고 숨막히는 여름날의 더위가 영화의 공간을 구성한다. 죽은 딸아이의 방에 놓여 있는 것은 프레임만 남아있는 액자와 딸아이의 명함이 박힌, 미처 소진하지 못한 화장품 샘플이다. 그 빈 공간을 파고드는 딸과 현자의 대화에서 딸은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지만 버겁기만 하다는 토로를 하고 현자는 위로의 목소리를 보탠다. 그러나 그 위로는 결국 딸의 죽음으로 인해 공허한 것이 되고 만다. 그리고 딸의 목소리는 회사에서 쫓겨나게 된 경화의 울분을 통해 다시 반복된다. 영화는 딸의 내레이션처럼 “죽을 힘을 다했지만 버티지 못한” 채 삶의 영역에서 배제된 두 여성과 그 둘 사이를 배회하는 현자의 모습을 통해 노동하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공명과 연대를 시도한다.

배주연 / 영화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