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엔

서울독립영화제2005 (제31회)

단편경쟁

김상아 | 2004 | Fiction | 16mm(Beta) | Color | 17min

SYNOPSIS

남자가 출근하고 난 뒤의 집안은 늘어질 정도로 편안하다.
여자는 인터넷 화투를 치며 열을 올리다가 6시가 되면 식당일을 나가고 딸은 인터넷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를 뒤지거나 강아지가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질러버린 똥을 치운다.

DIRECTING INTENTION

등장인물로부터 멀찍이 서서 그들을 응시하고 관찰하는 방식으로 다가서서 그들에게 존재하는 본성을 현실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05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DIRECTOR
김상아

김상아

 

STAFF

연출 김상아
제작 손유진
각본 김상아
촬영 이동조
편집 이강일
조명 김병수, 김영진
미술 홍미나
음향 송창용
촬영보 김철웅
출연 기주봉, 김보현, 최수연, 토토

PROGRAM NOTE

<오늘 저녁엔>의 등장인물들을 살펴보자. 집안일엔 소홀한 아내, 무기력하고 사랑 없는 섹스를 요구하는 남편, 아르바이트를 구하며 몰래 담배 피는 그들의 딸. 구성원이 위와 같으니 ‘즐거운 우리 집’은 될 수 없고, 콩가루 집안이라는 표현을 쓰면 알맞겠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당신과 내가 속한 우리의 가정은 어떤 모습인가. 이들의 관계가 이 지경이 되기 위한 배경설명 없이도 우리는 과거와 그간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으며, 김밥으로 남편의 아침을 챙겨주는 엄마와 딸이 함께 아빠를 욕해도 그들을 나무랄 수 없다. 스크린 너머에 위치한 우리는 제 3자이자 영화에 등장하는 구성원 누군가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들이 위치한 영화 속 가정이 우리의 가정이다. 똑 닮은 모습을 한 ‘나’의 모습이 스크린에 등장할 때 영화 속 등장하는 대사처럼 소름이 돋는다. 가출을 시도하는 엄마와 딸. 결국 그들이 원래 공간으로 돌아오리라는 예감처럼, 일탈을 꿈꾸며 그 일탈을 행하지 못하는 우리는 같은 궤도를 밟고 있다. 각자가 만들어낸 규율과 그 규율에 서로 전투적 자세로 대응해도 불합리한 합의가 존재하는 곳은 ‘가정’밖에 없기 때문이다.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지길 소망하거나 혹은 새로운 소동이 일어날 것만 같은 암시를 보여주는 제목이다. ‘오늘 저녁엔...’ 혹은 ‘오늘 저녁엔?’. 하지만 영화는 ‘오늘 저녁엔’이다.  

이지연 /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