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서울독립영화제2010 (제36회)

본선경쟁(단편)

문정현 | 2010|Documentary|Color|HD|75min

SYNOPSIS

2009년 1월 20일 새벽, 강제철거로 길거리에 내몰린 철거민들이 도심 한 복판에서 화염에 휩싸여 목숨을 잃었다. 인터넷을 통해 용산의 불길을 보는 순간, 나는 내가 목격했던 1991년의 죽음이 떠올랐다. 분신정국이라 불리던 그 때 고등학생인 나는 등굣길에 분신으로 몸이 타들어가는 대학생을 보았다. 87년 6월 항쟁 때에는 윗집에 살던 한열이형의 죽음을 TV와 신문에서 보기도 했다.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의 기억으로부터 역사의 굵직한 순간마다 나를 스쳐갔던 사람들, 죽음들. 이 다큐멘터리는 죽음으로 그려지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DIRECTING INTENTION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1980년에, 1987년에, 1991년에, 그리고 2008년에 거리를 메웠던 그 수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는 것일까? 역사는 전진 없이 반복되는 듯하고 2010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더 이상 정신적 진보, 사회적 진보를 위해 싸우지 않는 것 같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 영화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감독-나’, 개인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기억과 역사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는 1980년 광주민중항쟁, 1987년 6월 항쟁, 그리고 현재의 MB정권과 용산 참사로 이어지는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사적인 기억으로 구성할 것이다. 왜 우리는(혹은 그들은) 더 이상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에 대항해서 싸우지 않는 것일까? 이제 세상을 바꾸는 일은 불가능해지고 운동이란 것은 무의미한 행위인 것인가? 2009년 오늘, 나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카메라를 든다.

FESTIVAL & AWARDS

2010 제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DIRECTOR
문정현

문정현

2003 <고향에 가고 싶다>

2004 <잃어버린 고향>

2005 <슬로브핫의 딸들>

2007 <할매꽃>

2010 <가면놀이>

STAFF

연출 문정현
촬영 류한주, 문정현
편집 윤준호, 문정현
음향 표용수, 고은하
음악 윤성혜

PROGRAM NOTE

1년전 주거생존권을 외치며 용산 남일당 건물에 올라갔던 철거민들이 불에 타죽는 ‘용산참사’가있었다. 5명의 철거민과 1명의 경찰이 희생당했고,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분노했다. 하지만 참사가 벌어진 후 일년이 지나도록 희생자들의 장례식도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도심 한복판에서 공권력에 의해 민간인이 희생당하는 참사를 바라보면서 ‘나-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어떤 일을 했는가? 감독은 자신을 포함해 우리라는 3인칭을 사용하면서 스스로를 반성함과 동시에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의 반성을 촉구한다.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과연무엇이 나아지고 바뀐 것일까? 1980년 광주와 2009년 용산은 무엇이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가?2008년 촛불집회에 나왔던 수많은 시민들은 왜 ‘용산참사’ 문제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가? 감독은카메라를 들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사회적 관심이 줄어든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다. 그리고 과거 민주화운동 자료화면들을 영화에 삽입한다. 한쪽에서는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기념식이 열리지만, 다른 한쪽은 아직도 공권력에 의해 짓밟히고 있다. 전혀 다른 풍경의 배치. 상반된 풍경에서 오는 허망함과 무력감을 영화는 포착하고 있다. 체제내화되어 정해준 룰대로 살고 있는 사람들.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 영화는 용산의 의미에 대해서, 과거와 현재의 차이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삽질공화국’이라는 작품을 전시했다는 이유로 철거 위기에 놓인 김병택 작가의 작품들을 본다. 미술가가 그림으로 세상에 문제제기를 하고 저항한다면, 다큐멘터리스트는 카메라를 들고 세상에 문제를 제기한다. 문제제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조영각 / 서울독립영화제2010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