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산책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35mm 단편영화 특별전
임순례 | 1994 | Fiction | 35mm | Color | 13min 30sec
SYNOPSIS
평범한 노처녀 정자는 변두리 극장 매표원이다. 무더운 여름 어느 날, 극장을 비울 수 없는 정자는 극장에 찾아오기로 한 맞선 상대를 하루 종일 기다린다.
DIRECTING INTENTION
이 영화는 혼기를 놓쳐버린 한 노처녀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누구나 많은 꿈과 이상을 지니고 살아가지만 현실은 항상 이 꿈을 배반하기 마련이다. 칙칙하지만 또 우리의 현실일수 밖에 없는 상황을 지하소극장이라는 공간에 배치시켜보았다. 이 영화에서 거의 대부분의 연기자를 아마추어로 기용하였고 카메라나 조명에 있어서도 최대한 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하려고 의도하였다. 거칠고 소박하지만 사실적이고 꾸밈이 적은 자연스러운 화면을 바랐기 때문이다.
FESTIVAL & AWARDS
1994 제1회 서울단편영화제 대상 및 프레스 상
1995 프리부룩국제단편영화제
1995 홍콩국제영화제
1995 끌레르몽페랑단편영화제
1995 이태리몬테카니니영화제
DIRECTOR

임순례
1994 <우중산책>
STAFF
연출 임순례
제작 임순례
각본 임순례
촬영 김형구
조명 박종환, 최성원
편집 박곡지
녹음 오세진
음악 문승걸
출연 명계남, 서지현, 서영욱
PROGRAM NOTE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도시 변두리의 허름한 극장. 매표소 직원 정자에게 오늘은 맞선을 보기로 한 특별한 날이다. 하지만 약속 시간을 기다리는 정자의 초조함과 달리 극장 안 분위기는 권태롭다. 휴게실 소파에 드러누워 낮잠을 자거나, 선풍기 앞에서 더위를 식히는 손님들, 그리고 연신 하품을 해대는 영사기사까지. 영화 속 남자들은 현실로부터 배제되었거나, 그곳으로부터 도피해 극장에 온 것처럼 무기력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자가 단연 돋보이는 것은 그녀가 홍일점이라서가 아니라 그녀 홀로 이 무료한 분위기 속에서 깨어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시간의 속도를 인식하고 움직인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쳐다보고,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고, 급기야는 비가 쏟아지는 거리로 뛰쳐나간다. 특히 정자가 골목길을 누비는 장면은 그녀가 극장이라는 시공간의 질서로부터 벗어났다는 점에서 해방감을 주면서도, 기다리는 사람과의 만남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애잔함을 불러일으킨다. 이후 정자는 다시 극장으로 돌아온다. 기대나 설렘이 사라져 버린 이후에 나타난 한 남자와의 만남은 애초 기대와는 다르게 허무맹랑한 결말의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는 관객의 경험과 유사하다. 이처럼 <우중산책>은 극장이라는 공간의 분위기, 기다리는 자의 심리, 그리고 허무한 만남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내러티브 구성을 통해 영화적인 영화 또는 영화를 위한 영화 만들기의 전범을 보여준다. 때문에 이 영화는 오늘도 극장 언저리를 서성일 사람들에 대한 찬가라고도 할 수 있다.
이도훈/한국독립영화협회2014 비평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