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서울독립영화제2008 (제34회)

장편경쟁

이충렬 | 2008ⅠDocumentaryⅠColorⅠHDⅠ75min 10sec | 관객상

SYNOPSIS

평생동안 땅을 지키며 살아온 팔순의 최노인. 그에겐 30년간 부려온 늙은 소 한 마리가 있다. 나이가 무려 마흔 살! 노쇠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이 늙은 소를 대하는 최노인의 태도는 뭔가 남다르다. 작은 소리를 잘 듣지 못함에도 소에 매단 워낭소리에는 거짓말처럼 고개를 돌리는 최노인이다. 웬 종일 소만 챙긴다고 타박하는 아내의 흰소리에도 그의 마음씀은 온통 소에게만 쏠려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최노인은 자신의 늙은 소가 이제 1년밖에 못살 거라는 시한부 선고를 전해 듣는다.

DIRECTING INTENTION

“소는 정말로 주인과 교감하는 것일까?”
단지 고기가 되어버린 요즘 소를 보면서 나는 이 명제를 증명해보이고 싶었다.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나는 그 교감을 통해 소와 주인의 다양한 대화와 표정 그리고 갈등까지도 보여주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교감하고 있는 둘의 관계를 끊으려는 외부 조건(세월과 문명)과 다른 관계(젊은 소와 할머니)가 개입했을 때 벌어지는 다양한 양상들을 마치 그림 「파적도」처럼 한 프레임 안에 여러 관계와 이야기가 담긴 영상으로 묘사할 것이다.
여기서 워낭소리는 소와 작은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주인을 소통시키거나 교감하게 하는‘매개음’이며 그들이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상징’이자 ‘메타포’로 일종의 ‘맥박’과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요컨대, 워낭이 멈춘다는 것은 둘을 교감시키는 기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결국 이것은 그들의 관계가 다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워낭소리는 우리들 기억 속에 화석(化石)처럼 잠들어있는 유년(幼年)의 고향과 아버지와 소를 되살리는 주술(呪術)과도 같은 작용을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삶의 내리막길에서 빚어낸 어쩌면 이 시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소와 아버지의 아름다운 교감과 눈물겨운 헌신에 대한 또 다른 표상과 다름없다.

FESTIVAL & AWARDS

2008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이충렬

이충렬


2000 <열목어가 전하는 사북통신>
2003 <한국인의 코드, 음양오행>
2005 <빨간돼지가 준 두 가지 선물>
2008 <한국 음식에 말을 걸다>

STAFF

연출 이충렬
제작 고영재
각본 이충렬
조연출 서명정
촬영 지재우
편집 이충렬
조명 주원경
음향 김수덕
출연 최원균 외

PROGRAM NOTE

<p class="0" style="text-align: justify;"><font face="돋움" size="2">워낭 소를 보면 어린 시절이 자꾸만 떠오른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6.70</span>년대 농촌에서 소들은 귀한 대접을 받았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소 한 마리로 자식들을 대학을 보낼 수 있었으니 농민들에게 소는 가족 같은 존재였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농사일부터 짐을 부리는 일이며 굳은 일을 다 했기에 동네 아이들에게 소꼴을 베고 소죽을 끊이는 일은 늘 일상이 되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여전히 그때처럼 살아가는 외딴 산간마을의 <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80</span>이 넘은 한 노인과 <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40</span>살이 된 늙은 소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에선 동화처럼 느껴진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현실적인 이야기가 오히려 가장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보여 지는 것은 그만큼 시대와 생활방식이 순식간에 바뀐 탓일 것이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그들은 평생을 함께 일하고 함께 늙어가고 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말이 없는 노인과 늙고 힘없는 소는 많이 닮아 보인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아름다운 자연환경이 펼쳐진 그들의 일상은 참 한가하고 딴 세상을 꿈꾸게 한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그러나 보는 것처럼 만만치 않은 삶이란 걸 할머니를 통해 환상을 깨게 한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끊임없이 계속해서 잔소리를 해대는 할머니<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이미 대답을 원하지 않는 혼자만의 넋두리이자 고단한 삶의 표현이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평생 자신의 말을 하지 못하고 살아갔을 거라는 짐작이 든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할머니는 어쩜 카메라를 믿고 그동안 못했던 말들을 할아버지에게 쏟아내고 있는 듯 보인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40</span>년을 할아버지의 곁에서 함께 농사를 지어온 소<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그의 모습은 타자처럼 할아버지의 그림자처럼 함께 하고 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인간과 동물이 오랜 세월 함께 할 때 서로가 닮아가고 알아가는 건 무엇일까<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인간끼리 교감하는 신뢰보다 더 깊어 보이는 건 또 다른 문제일까<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할머니보다 자신을 더 잘 안다고 생각하고 의지하고 있는 건 자신에 대해 절대적으로 복종하기 때문이 아닐까<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할아버지의 고집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곳은 아마도 소밖에 없었을 거라는 불온한 생각을 갖게 한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계절이 바뀌면서 펼쳐진 풍경의 아름다움과 노인과 늙은 소의 관계는 농촌의 서정적인 풍경과 맞물려 낭만적이고 감성에 갇히게 만든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그러나 봉화읍에서 열린 <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span>미국산 쇠고기수입 반대<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집회현장을 말없이 지켜보고 지나가는 두 노인과 소의 모습에서 현실과 괴리된 삶<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함께 살아온 할머니와의 소통불능<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그것을 소에 대한 애틋함으로 보기에는 아쉬움이 느껴진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그 느낌을 눈치 채지 못하게 매끄럽게 만들어진 영화임은 분명하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span>인간과 소의 감정을 포착해내며 화면 가득히 메우는 노인과 소의 관계는 보는 이 하여금 묘한 매력으로 이끌어가는 힘이 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span></font></p><p class="0" style="text-align: justify;"><font face="돋움" size="2"><br></font></p><p class="0" style="text-align: right;"><font face="돋움" size="2">김태일/서울독립영화제<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2008 </span>예심위원</font></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