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극

본선 단편경쟁

김현정 | 2023 | Fiction, Experimental | Color | DCP | 25min (E)

SYNOPSIS

이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극장에 방문한다.

DIRECTING INTENTION

재연의 불가능성, 영화의 가능성.

FESTIVAL & AWARDS

2023 전주국제영화제 감독상
2023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2023 대구단편영화제
2023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23 전북독립영화제

DIRECTOR
김현정

김현정

2019 입문반
2020 외숙모
2021 흐르다

STAFF

연출 김현정
제작 박주환
각본 김현정
촬영 고현석
편집 김현정
조명 고현석
녹음 고승현
미술 최문주
출연 서인수, 고예준

PROGRAM NOTE

<유령극>은 우리가 영화를 통해 삶의 시간을 재구성하는 방식, 극장 안에서 비로소 직면하게 되는 감정들을 다루면서 실제 스크린과 뇌 속의 스크린을 동시에 말하는 필름 에세이에 가까운 영화 우화이다. 마치 <벌집 속의 정령>에서 영화를 보고 난 자매들이 잠들기 전 현실과 영화를 넘나드는 세계를 발견하는 대화를 하는 것처럼, <유령극>에서 할아버지는 영화 속에서 왜 어떤 장면이 반복되느냐고 손자에게 질문한다. 지나온 시간들은 불현듯 재생되고 동시에 어떤 감정을 솟아나게 한다. 영화는 그 감정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어느 순간 터트리는 장치이다. 관객들 각자에게 나타나는 어떤 미지의 감각이 어느 찰나에 정령처럼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극장에서 잠이 막 들었을 때 찾아오는 꿈처럼. 과거는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로 잠시 찾아올 뿐인데 우리는 기쁨과 슬픔의 감각에 사로잡힌다. 영화는 우리의 기억이 재생되는 또다른 장치로 우리가 발명해 낸 것이다. <유령극>은 셀룰로이드 매체인 필름이 한 프레임씩 영사기 앞을 지나가면서 빛을 받아 스크린 위에 재현되는 순간을 보여 준다. 마치 기억이 빛을 받아 다시 떠오르듯이. 그리고 스플라이서로 잘려진 필름이 시간의 앞뒤 순서를 옮겨가면서 편집되는 과정은 기억이 시간을 가로지르며 순서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순간들과 이어진다. 이 영화 속의 영화 <필연과 우연>이 할아버지와 손자의 더빙을 통해 다시 한번 보여지고 낯선 자와의 우정이 숨바꼭질로 이어질 때 기억이 어떻게 빛을 받아 다시 한번 현재의 나와 만날 수 있는지 문득 깨닫게 된다. <유령극>에는 영화를 통해 우리가 그 삶의 시간들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있었는지 불현듯 감각하게 하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극장이라는 공간이 있다.

김미영 / 서울독립영화제2023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