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안나

서울독립영화제2017 (제43회)

선택단편

김도준 | 2017 | Fiction | Color | DCP | 29min 59sec (E)

SYNOPSIS

정릉 스카이 아파트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다. 1968년 서울시는 수도 방어를 위해 북악 스카이웨이를 건설하면서 배밭골의 무허가 판자촌을 강제 철거하였는데,ᅠ이 곳의 빈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급하게 지은 건축물이 스카이 아파트다. 2008년에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된 이후 주민 모두가 떠나간 이곳에서 할머니 한 사람만이 이주 명령을 거부한 채 유령처럼 살아가고 있다.

DIRECTING INTENTION

스카이 아파트는 탄생부터 죽음까지 도시 빈민의 역사로 겹겹이 쌓여있는 공간이다. 한국전쟁과 이농이 낳은 무허가 판자촌 주민들은 이곳에서 50년 가까이 붕괴 위험에 직면한 채 살아왔다. 이제 이 역사도 2017년 아파트의 철거와 함께 사라질 것이다.

FESTIVAL & AWARDS

2017 제22회 인디포럼
2017 제17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2017 제15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DIRECTOR
김도준

김도준

2014 <공습경보>

STAFF

연출 김도준
제작 김영준,이경희
프로듀서 송종운
각본 김도준
촬영 최현호
촬영팀 차예림, 안수찬, 정이수
편집 김도준
조명 나웅기, 정동진
녹음 김민형, 김종헌, 박에녹
조연출 윤관희
스크립터 서수미
출연 유창숙, 김성대, 최인기

PROGRAM NOTE

철거가 한창인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정릉 스카이아파트에 허름한 행색의 한 남자가 찾아든다. 모두가 떠나고 빈 아파트에는 초로의 할머니 혼자서 유령처럼 집을 지키고 있다. 삶의 끝을 예감하며 몸을 의탁하러 찾아온 이곳에서, 남자는 유일하게 남은 집에 의지해 고단한 일생을 이어온 할머니의 마지막을 마주한다.
김도준 감독의 <율리안나>는 철거민의 삶과 뒤얽힌 서울의 어두운 역사를 막다른 길에 다다른 두 사람의 삶과 연계시킨다. 폐허에 가까운 어두운 방을 쓸고 닦으며 전기와 수도가 끊긴 아파트의 계량기를 꼼꼼히 확인하는 할머니의 신앙에 가까운 집에 대한 사랑은 무서운 자본주의의 속도를 온몸으로 견뎌야 했던 철거민들의 삶에 대한 사랑을 대변한다. 마치 유령처럼 아파트 주변을 배회하는 두 인물은 서울의 과거와 현재의 참혹한 그림자들이다. 감독은 공사의 굉음으로 가득 찬 낮의 생경한 풍경과 죽음과도 같은 침묵이 지배하는 어두운 밤을 번갈아 비추며,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할머니의 마지막 순간들을 순교자의 그것으로 치환한다. 고귀한 죽음, 그리고 그것을 증거하는 자의 시선은 휘황찬란한 도시가 묻어버린 것의 숭고한 가치를 되묻고 있다.

최은영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