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실이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국내초청(장편)

김선아,박세희 | 2011 | Animation | Color|HD|71min

SYNOPSIS

정신 지체 장애인인 은실이가 죽었다. 친부를 알 수 없는 아기만 남겨놓은채. 조용했던 시골 마을은 아기 때문에 발칵 뒤집힌다. 급기야 아기는 마을 사람들에 의해 죽음의 위기를 맞게 된다. 오랜만에 고향에 도착한 인혜와 선미는 마을에 남아있던 지영과 함께 옛 친구 은실의 아기를 구하러 다니며, 마을에서 일어난 일들을 하나씩 알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FESTIVAL & AWARDS

2011 제13회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 PISAF

DIRECTOR
김선아

김선아

2006 나만의 천사
2009 외출
2009 결코 울리지 않는
2009 두 남자 이야기
2009 마이너스 마트

박세희

박세희

2009 CLIMAX
2009 두 남자 이야기
2009 마이너스마트 2화

STAFF

연출 김선아, 박세희
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
프로듀서 김성철
각본 김선아, 박세희, 신혜진
출연 황은진, 한효정, 정유정, 상현주

PROGRAM NOTE

 <은실이>라는 사랑스러운 이름에 어울리는 영화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충격적인 오프닝은, 은실이의 몸을 찢고 나온 끔찍한 진실을 예고한다.
 여성 지적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문제만큼 대중의 공분을 자아내는 일도 없다. 가해자에게 온갖 비난을 퍼부어대고, 장애인의 인권을 운운하지만, 우리는 사실 매우 비겁한 환상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분노와 비난 속에서 우리는 종종, ‘잔악한’ 가해자와 ‘순결하고 정의로운’ 우리 자신 사이에 명확한 선을 그어버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 세계의 잔인함에 대해 우리가 기실 침묵과 무관심으로 일관해왔다는 사실은 손쉽게 망각되어 버린다. <은실이>는 한 작은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함으로써, 그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악몽을 폭로한다. 모두가 끝까지 외면하고 묻어두고, 죽여 저수지에 던져 버리고 싶었던 진실 말이다. 이때, ‘모자란’ 은실이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은 마을 남자들뿐만이 아니었다. 남자들의 노리갯감으로 당하기만 하는 은실이는, 마을 여자들에게 자기 남편, 남동생, 남자 친구의 지긋지긋한 비행을 계속 상기시키는 존재였던 것이다. 게다가, 자칫 ‘행실을’ 잘못했다간 자기도 은실이처럼 ‘몸간수 못하는 여자’로 취급받을지도 모른다는, 마을 여자들의 공포는 남자들이 갖는 두려움만큼이나 거대하고 흉측했다. 따라서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문제는, 짐승같은 몇몇 가해자들만의 탓이 아니게 된다. 성폭력 사건을 그저 조용히 해결하려는 공동체의 압력, 여성의 성을 편향된 잣대로 규율하는 시선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된다.
 <도가니>를 보고 끓어오르는 분노와 정의감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뒤가 씁쓸할 영화다.
 
김유리/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회원